[MBN스타 금빛나 기자]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이 막을 내렸다. 두 번의 결방으로 인해 시청률 상승세에서 다시 하락을 경험해야 했던 ‘개과천선’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보는 배우’ 김명민의 열연은 빛이 났고, 작품의 짜임새는 나무랄 곳이 없었다. 비록 운은 따라주지 않아 조기종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개과천선’이지만 시청률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는 ‘웰메이드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개과천선’은 거대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인 김석주(김명민 분)가 기억을 잃은 뒤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되돌아보고 몸 담았던 로펌과 싸우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약자를 생각하기 보다는 이익여부를 계산하며 냉철하고 비정한 ‘악덕변호사’ 김석주가 기억을 잃은 후 점차 인간성을 회복하고 개과천선하며 끝내는 거대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극을 전개해 나갔다.
김석주로 변신해 열연을 펼친 김명민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초반 이기적이고 표정변화 없는 모습부터, 기억을 잃은 후 미묘한 변화들, 그리고 후반에 가서는 농담도 스스럼없이 할 줄 아니라 타인을 향한 환한 미소를 보여주며 김석주라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연기해 나갔다. 큰 표정의 변화나 극단적인 표현 없이 작은 눈빛, 목소리의 강약만으로도 얼마든지 변화를 알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극에 강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 사진=개과천선 캡처 |
이밖에도 선한 얼굴 뒤 출세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전지원 역의 진이한, 정의감 넘치는 인턴 이지윤 역에 박민영, 김석주의 약혼녀이자 후반 그와 러브라인을 암시했던 유정선 역의 채정안 등 다양한 배우들의 열연과 김석주 주변인물들의 성장을 그려내며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나갔다.
배우들의 열연 못지않게 빛을 발했던 것은 바로 최희라 작가의 필력이었다. 전작 ‘골든타임’에서 필력을 인정받았던 최희라 작가는 법정 드라마를 집필해 나가면서 리얼리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대사에 법적용어가 많아 어려운 부분은 있었지만 이는 더욱 전문성을 살렸고, 드라마 곳곳에 치밀한 디테일을 숨겨 놓으며 극에 더욱 집중케 했다. 특히 러브라인이 주가되지 않아 좋았다. 한국 드라마 특성 중 하나는 수사물이나 법정물 대부분이 ‘일을 하다 사랑에 빠졌어요’를 보여주는데, ‘개과천선’만큼은 예외였다. 러브라인은 철저하게 주변의 이야기였으며, 그저 시청자들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만 사용했다.
이 뿐 아니라 최희라 작가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으며 사회의 부조리들을 풍자해 나갔다. 연예인 스폰서 성폭행 사건, 대기업과 금융자회사가 개인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사건(동양그룹 CP발행 사건), 중소기업과 대형은행 간의 환율상품 소송(키코사태) 등 굵직한 사건들이 다뤄졌다. 마지막회는 김석주가 외국계 투기자본에 그룹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그룹 회장(진로그룹 사태)의 변호를 맡은 이야기가 담겼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개과천선'은 정의가 아닌 권력이 승리하는 장면도 보여주면서 현실의 추한 민낯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이와 같은 ’개과천선‘의 사회 비판은 우리 사회의 묵직한 메시지를 안기며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개과천선’은 시청률 적으로 빛을 본 작품은 아니다. 첫 방송 시청률 6.9%로 시작한 ‘개과천선’은 8회 만에 최고시청률 10.2%를 기록, 두 자릿수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타는가 싶었다. 하지만 ‘개과천선’은 지난달 29일 2014 브라질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펼쳐진 국가대표팀의 최종평가전 튀니지와 경기로 인해 결방되면서 시청률 하락을 맛봤고, 지방선거가 진행됐던 4일 개표방송으로 인해 또 다시 결방을 결정하게 됐다.
이후 시청률 상승에 흐름이 끊긴 ‘개과천선’은 10%대의 시청률을 넘지 못했고, 26일 방송된 마지막회 시청률마저 8.1%(닐슨리서치 전국기준
한편 ‘개과천선’ 후속으로 장나라·장혁 주연의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방송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