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 조복래, 연기력과 넉살로 무장한 新개념 배우

완벽한 남자의 조건을 모두 갖춘 강력계 형사 지욱(차승원 분)은 경찰은 물론 범죄 조직 사이에서도 전설이다. 범죄 조직의 N0.2 허곤(오정세 분)은 자신의 형이 지욱에게 당함을 알고 복수를 시작한다. 그런 그를 도와 허곤의 오른팔(조복래 분)도 힘을 더한다. 이들은 지욱을 뒷조사하던 중 수상쩍음을 알게 되는데, 바로 그 안에 여성성이 존재 한다는 사실. 지욱이 모든 걸 정리하고 원하던 삶을 계획한 바로 그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건이 발생한다. / ‘하이힐’

[MBN스타 여수정 기자] “장진 감독님이 절 칭찬했다고요? 감독님도 연출 정말 잘 하세요.”

배우 조복래가 소속사 대표이자 두 편의 영화와 연극, 한편의 뮤지컬로 호흡을 맞춘 장진 감독에 대해 평가를 했다. 아주 간결하지만 예의를 갖춘 평가다. 보통 소속사 대표 또는 감독의 칭찬에 “하하. 그래요”로 답하기 마련인데 조복래는 장진 감독을 향한 애정과 끼 충만한 넉살로 심상치 않음(?)을 드러냈다.

주로 연극과 뮤지컬계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던 조복래는 영화 ‘하이힐’을 시작으로 스크린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는 ‘하이힐’에서 지욱(차승원 분)을 미워하면서도 인정하는 범죄조직의 NO.2 허곤(오정세 분)의 오른팔로 등장,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할 존재감을 발휘했다.

↑ 사진 제공=필름있수다

찡그린 얼굴과 굵은 목소리, 형님 허곤에게 어깨로 예를 갖추는 모습으로 무게감 있다가도, 중간 중간 김민교와의 콤비로 웃음을 선사해 진정한 반전남답다. 분명 작품 속 무시 못 할 존재이지만 지욱 또는 허곤처럼 배역 이름이 있는 게 아닌 그냥 ‘오정세 오른팔’로 등장한다는 게 참으로 아쉽다.

“‘하이힐’ 속 내가 맡은 배역은 오정세 오른팔이다. (웃음) 사실 대본에는 사내1, 2로 나와 있다. 난 사내1, 2 중 하나였고 촬영 회 차도 처음에는 많지 않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촬영하면서 내 분량이 늘었다. 튈 수도 없는 역할이었고 그냥 영화에 방해만 안됐으면 싶었다. 그런데 촬영하면서 점점 분량이 늘어나더니 사내 1, 2의 대사를 내가 하게 됐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이 되리라곤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 계속 분량이 늘다보니 아. 이 부분이 아쉽다. 더 준비할 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 좀 더 잘해야 됐었는데 아쉽다.”

만약 조복래와 인터뷰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가 사내1, 2에서 점점 오정세 오른팔로 그 분량을 늘려갔다는 사실을 어찌 알았을까. 그는 촬영 준비를 하지 못한 점과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하이힐’을 본 관객이라면 작품 속에서 조복래가 얼마나 빛나는지 알 것이다.

튀지도 그렇다고 안보이지도 않고 적당히 웃기며 적당히 진지하며 오정세의 오른팔로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 셈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소속사 대표의 감독에 출연하는 상황이기에 일말의 부담감도 있을 법하다.

“부담감은 없었다. (웃음) 단지 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장진 감독님은 매니지먼트의 수장이다. 또한 오랜 만에 영화를 연출한 것이기에 조심스럽게 배역에 접근한 부분은 있다. 앞서 언급했듯 처음에는 사내였기에 그냥 오정세 선배의 옆에 있다는 느낌으로 임했다. 캐릭터를 부각하자는 부분에는 전혀 초점을 두지 않았다. 내가 영화를 많이 찍어온 것도 아니고 작년부터 영화를 찍기 시작했기에 스크린에서 연기하는 내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보다는 쑥스럽더라. (웃음) ‘하이힐’ 속 내 연기는 정말 만족 못한다. 촬영하면서 2배 가까이 추가촬영이 됐기에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라지더라.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전체적인 조화가 깨진 것 같다. 그러나 많은 공부가 됐다.”

조복래는 ‘하이힐’을 비롯해 ‘원나잇 온리’ ‘명량’ ‘쎄시봉’에도 연달아 출연하며 스크린 장악에 나서게 된다. 극에서 맡은 배역도 각기 달라 카멜레온처럼 수시로 변하는 그를 그저 지켜보면 되는 상황이다. 특히 ‘밤벌레’와 ‘하룻밤’ 두 개의 이야기로 꾸며진 퀴어영화 ‘원나잇 온리’에서는 너무도 발랄한 게이로 열연, “오정세 오른팔 맞아?”라는 질문과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귀여운 남자로 변신했다.

“‘원나잇 온리’ 속 ‘하룻밤’에서는 전혀 센 역할이 아니다. 소녀다. 아주 여성스러운. (웃음) 정말 발랄하고 손동작 등이 섬세하다. 머리도 뽀글뽀글 귀엽게 펌을 했다. 사실 퀴어영화는 처음이라 부담스러웠지만 계속 촬영장에 나가고 김조광수 감독님을 만나고 리딩을 하니까 재미있더라. ‘명량’에서는 이순신 장군 밑에 있는 병사 중 하나다. 사실 ‘하이힐’보다 ‘명량’이 먼저 촬영한 것이라 내 첫 영화다. 난 단편영화나 독립영화를 찍지 않고 바로 상업영화에 들어간 케이스라 처음에는 촬영 현장이 어리둥절했다. 모든 게 다 생소했다. ‘명량’ 때는 정말 얼어있는 상태에서 연기를 한 것 같다. 그러나 정말 재미있었다. 이야기 상 내 얼굴 본을 떳는데 촬영장에 나랑 똑같은 얼굴이 있어 신나더라. (웃음)”

↑ 사진 제공=필름있수다

여세를 몰아 조복래는 ‘쎄시봉’에서 송창식의 어린 시절 역을 맡았다. 당대 천재로 표현된 송창식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그는 틈틈이 노래는 물론 기타 연습에 매진 중이다. 촬영이 없는 날은 기타를 끼고 살 정도라고.

“‘쎄시봉’도 거의 80% 찍었다. 6회 정도 남은 상황이다. 배역 때문에 노래 연습은 물론 기타를 달고 산다. 영화 속에서 내가 부르는 곡이 9곡이다. 또한 당대 천재로 표현된 가수이자 기타리스트 송창식 선생님을 열연해야 되기에 내 실력이 부족하면 안 될 것 같더라. 그래서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있지만 막상 촬영장에 가면 어렵다. 연기를 위해 노래와 악기 연습에 매진 중이지만 취미로 삼으면 괜찮을 것 같아 취미로 만들까 계획 중이다. (웃음) 송창식 선생님은 실존인물이고 워낙 캐릭터가 있는 분이라 접근법이 쉬었다. 직접 만난 적도 있고 다양한 작품을 찾아봐 연기에 도움을 받고 있다. 송창식 선생님이 영화를 봤을 때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다, 뿌듯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 중이다. 그러나 ‘원나잇 온리’ ‘명량’ ‘쎄시봉’까지 올해만 너무 많은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기에 기대 반 설렘 반이다. 각 작품마다 제대로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너무 많은 복이 한꺼번에 오는 것 같다.”

너무 많은 복이 한꺼번에 오는 것 같다고 말한 조복래. 그러나 이미 연극과 뮤지컬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바 있기에 오는 복을 당황하지 않고 모조리 받아 “끝”을 외쳐도 될 듯싶다. 또한 장진 감독의 차기작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도 김성균 조진웅 형제를 버금가는 철수 학수 형제 중 한 명으로 등장해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가득 채우게 된다.

때 아닌 다작 배우로 거듭날 조복래는 익히 알려졌듯, 장진 감독이 대표로 있는 매니지먼트 필름있수다 소속 배우다. 장진 감독과 이미 두 편의 영화와 연극, 한 편의 뮤지컬로 손발을 맞춘 상황. 그는 “장진 감독님은 연출도 잘하지만 연기도 정말 잘한다. 사소한 것을 재미있게 만들고 깊이 있게 표현하는 방법도 세련되고 최적화다. 포인트 캐치를 너무 잘해 한두 번 놀라는 게 아니다”라며 대표이기 이전에 연기, 인생 선배로서의 장진을 평가했다.

조복래 인터뷰에 앞서 장진 감독 역시 MBN스타와의 인터뷰에서 그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은 바 있다. 서로를 칭찬하고 다독이는 모습이 여느 소속사 대표와 배우의 모습을 떠나 보기 좋았다. 장진 감독과의 인연을 묻자 “이 부분은 앞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계속 언급할 내용 같다”며 고심하는 듯 하더니 이내 “더 궁금하게 다음 인터뷰에서 말해야겠다”고 새침하게(?) 입을 닫는 뉘앙스를 풍기다 “1절만 말해야겠다”고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조복래의 넉살을 느끼게 된 순간이다.

“장진 감독님과 난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선후배사이다. ‘만남의 시대’라는 동아리가 있는데 동아리 창립 30주년 때 프로 감독이 방문해 공연을 연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장진 감독이 온다는 말에 학교 안 다른 경쟁 동아리들이 꼬리를 내린 것은 물론 대선배들만이 섰던 무대를 빌려주겠다고 해 명동에서 동아리 공연을 하게 됐다. 당시 난 ‘목화’라는 극단에 소속돼 연극을 하고 있었다. 장진 감독님이 온다기에 구경을 갔는데 머리카락도 길고 수염도 있던 내 모습이 장진 감독님 눈에 들어왔던지 내게 오더니 ‘너 뭐하니? 나랑 같이 공연 하자’라고 제안을 하더라. ‘극단에서 공연을 하고 있어서 참여는 못하지만 가끔 구경하러 오겠다’고 대답하고 제안을 거절했지만 사실 많이 고민했고 잠깐이나마 설?�� (웃음) 물론 머리스타일과 수염 때문이었겠지만 60~80명의 학생 중 내가 장진 감독의 눈에 들어올 줄이야. 구경을 가겠다고 약속은 했는데 내 공연이랑 겹치거나 힘들어서 가지 못했다. 끝. 여기까지. 나머지는 다음 인터뷰에서 해야겠다. (웃음)”

↑ 사진 제공=필름있수다

다음 회가 기다려지게끔 제작된 예고편처럼 조복래는 궁금증이 막 폭발하려는 순간 “마무으리”를 외치며 다음을 기약했다. “조복래 씨. 궁금하지만 참겠어요. 다음 인터뷰가 있으니까요.”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