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SBS 매직아이. 이효리, 문소리, 홍진경 세 MC의 입담이 빛났지만 게스트의 존재감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다. |
첫 방송의 주제는 ‘킬링 분노’. 일상의 분노 표출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뉴스들을 다뤘다. 세 MC들은 각자의 경험들을 밝히며 한 편의 수다를 보듯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효리는 핑클 시절의 일화, 제주도에서의 사생활 침해 등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분노 포인트를 공개했다. 문소리는 영화 촬영 때 당했던 모욕감, 유명인으로서의 고충 등을 토로했고 홍진경 또한 자신만의 행복론을 펼치며 이야기를 이끌었다.
MC들의 이야기만으로 끝났다면 진정 그들만의 수다로 끝났을 터. 백미는 시청자 사연 소개였다. 시청자 참여는 한층 더 깊은 공감대 형성에도 주효했다.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시청자들의 사연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동력을 제공했다. “사회생활 스트레스를 가족에게 푼다” “분노를 자학으로 다스린다” 등의 생활밀착형 고민들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사연들이다. TV 속 그들만의 수다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담는 구성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 종합편성채널의 예능프로그램 속 ‘그린라이트’를 연상케 하는 소품이 눈에 띄었다. 시청자의 사연에 공감하는 단계별로 머그컵을 소품에 그려진 눈금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주제에 맞는 시청자들의 사연을 뽑아 패널들의 공감 지수를 알아보는 코너로, 형식은 다소 식상할지라도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MC 이효리의 역량도 흠잡을 데 없었다. 앞서 이효리는 제작보고회 당시 “신동엽·유재석 등의 도움 없이 혼자 MC를 맡는 것은 처음”이라며 부담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거침없는 입담이 이목을 사로잡았고 문소리, 홍진경과 주고받는 여담들도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아쉬운 점 하나는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 회차가 거듭될수록 매주 등장하는 MC들의 이야기보따리는 바닥을 드러낼 게 뻔하다. MC 이효리는 자신의 이야기만큼이나 다른 출연자들의 입을 열게 만드는 능력이 중요함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실제 이날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한 주지훈, 이광수는 시종일관 기 센 누나들 틈에서 경청하는 자세로 고개만 끄덕거렸다. 물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때도 있었지만 큰 웃음도 감동도 자아내지 못했다.
게스트들의 가벼운 존재감을 메운 것은 스타강사 김창옥이었다. 그는 ‘소통전문가’답게 요소마다 전문적인 견해로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그는 심리학 용어들로 신뢰를 더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패널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로 연결해 ‘어떤 효과’라는 전문적인 견해로 마무리하는 실력이 흡사
파일럿 방송 당시 산만했던 점을 인정하며 더욱 밀도있는 토크쇼로 찾아온 ‘매직아이’. 첫 방송은 시청률 3.8%로 타 예능에 비해 뒤처지는 성적을 보였다. 꾸준한 저력으로 화요일 예능판의 안방마님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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