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인턴기자] 내가 잠든 사이에 간호사가 수술을 진행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22일 방송된 MBC ‘피디수첩’(PD수첩)에서는 전문의가 아닌 간호사, 비전문의들이 수술을 집도하는 의료계 만행을 고발하는 ‘당신이 잠든 사이, 수술실이 위험하다’ 편이 그려졌다.
이날 ‘피디수첩’에서는 한 의사의 양심고백으로 제보 받은 모 성형외과의 씨씨티비 영상을 공개됐다. 수술실 안에는 의사는 보이지 않았고 간호사들이 수술을 시행하며 마취까지 하는 모습이 그대로 녹화됐다. 그야말로 ‘대리수술’이 횡행하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 사진=피디수첩 방송 캡처 |
대리수술의 피해지 이자영(가명) 씨는 평소 열정적인 네 아이의 엄마였으나 너무나 간단한 모발 수술을 받다가 그만 의식을 찾지 못하고 한순간에 식물인간이 됐다.
제작진은 해당 병원의 의무기록을 다른 전문의에게 감정을 받았지만 “이것은 마취 기록지, 의무기록이라고 볼 수가 없다. 필요한 사항이 아무 것도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병원 측은 “수술에 집중하느라 산소포화도 체크에 소홀했을 수 있다”라고 인정했다. 이 씨의 남편은 “성형외과라고 이름 붙여진 곳에서 산부인과 의사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른바 비전문의가 국소마취만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술을 전신 수면마취까지 진행하면서 수술을 집도하게 된 것이다.
또한 성형외과는 당초 약속했던 병원비와 수술비 등을 부담하겠다는 것도 결국 지켜지지 못했다. 원장은 이 씨가 세 달이 넘게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 씨의 남편에게 “이제 병원비는 지급하지 않겠다”라는 전화 너머의 한마디로 모든 보상을 끊었다.
문제는 대한민국 의료법상 의사면허를 소지하기만 하면 타 전공의 또한 개업 및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를 통해 의사면허를 가진 모든 의사들이 마취까지 진행할 수 있게 되고, 비전문의가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꼬집었다.
또한 전문가들은 취약한 법 구조와 감독기관의 허술한 관리를 문제로 꼽았다. 실제로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전 직원 11명을 간호조무사만으로 채용한 B정형외과는 간호사를 채용하라는 보건소의 시정명령을 받고 단 1명의 간호사만을 채용했다. 더 많은 환자를 받기 위해 대리수술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앞서 제보 받은 씨씨티비에는 지방 제거 수술부터 국소 마취, 얼굴 봉합 등의 의료 행위를 전부 간호사들이 진행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제보한 의사는 무려 8년 전에도 이런 대리수술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우연히 지나친 수술실에서 상담 실장이 모발수술을 진행하고 있던 모습을 봤다. 환자는 역시나 프로포폴에 의해 수면 마취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어느 성형외과 상담 실장 또한 익명을 요구하며 “사실 쌍커풀 수술, 코수술 등에 봉합이 가장 중요한 건데 그런 것도 우리가 할 때가 있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 다른 피해자 손영준 군은 다리를 다쳐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식물인간이 된지 8년이 지났다. 손 군의 부모는 대학병원에서 특진의사로 마취과장을 신청까지 했지만, 마취를 진행한 사람은 1년차 레지던트였고, 마취과장은 휴일이라 수술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진술했다며 그들의 행태에 분
제작진은 대한의사협회에 이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고자 했지만 “의료 전반의 일이기 때문에 입장을 표명할 수 없다”는 입장만이 돌아왔으며 의료사고 통계자료조차 제공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아쉬워하며, 의사의 자성과 관련 부처의 조속한 법안 개선을 요구했다.
유지혜 인턴기자 yjh0304@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