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최근 끝난 SBS 일일 아침극 '나만의 당신'으로 8년 만에 지상파 드라마 주인공을 맡아 호평을 받고, 최고 시청률 16.9%라는 높은 기록을 이끌어낸 이민영.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다"는 그에게서 엄청난 행복감이 전해졌다.
"드라마가 잘 되면 좋지만, 안 되면 주인공 탓이라고 하니까 부담감이 컸었죠. 제가 천주교 신자인데 촬영장 갈 때마다 시청률 잘 나오게 해 달라고 기도했었어요. 더할 나위 없는 마음으로, 작품을 잘 마무리 해서 기분 좋아요."
'나만의 당신'은 구두닦이로 정직하게 살아온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딸 고은정(이민영)이 야망에 눈이 먼 남편과 시어머니가 일으킨 끔찍한 사고에 휘말린 후 역경을 극복하고 재기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였다. 121회라는 대장정에서 이민영은 초반부터 고난의 행군을 했다.
"한 번 받을 때마다 대본을 5권씩 보면서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었어요. 사건이 엄청 나게 많이 있고, 양도 많았고요. 체력적으로는 힘들긴 했지만 재미도 있긴 했죠."
'나만의 당신'의 고은정은 그간 이민영의 모습과는 달라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바보처럼 당하기만 해야 했지만, 나중에는 복수도 해야 했다. 그의 도전은 성공적이다.
"데뷔 초부터 비슷한 역을 해왔어요. 이번에는 좀 달랐죠. 한 스태프 친구가 '누나, 이런 역할 잘 어울리는데 다음에는 악역도 보여주세요'라고 하더라고요. 복수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재미있더라고요.(웃음) 다음에는 다양한 캐릭터를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옛날에는 겁이 많고 생각도 많아서 다양한 걸 못 해봤는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이민영은 이 드라마 성공의 공을 주변으로 돌렸다. "주변 분들이 도움을 많이 줬어요. 처음에는 부담감 때문에 경직돼 있었는데 제 모습이 갈수록 보기 좋아지고 밝아져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카메라 감독님이 그 말씀을 해주셨는데 울컥할 정도로 감사했죠.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걱정해준 분이 많은 것 같아서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었어요."
그는 15년 전 '젊은 태양'이라는 드라마에서 조연출이었던 '나만의 당신' PD가 자신을 다시 찾아준 것에 대해서도 고맙다고 했다. "내게 좋은 기회를 끌어내 주신 것 같다"며 "사람들한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겸손해졌다.
당연히 시청자들의 사랑 덕분이기도 하다. "은정이가 바보 같이 당하기만 하니 속상해하고, 안타까워해 주셨죠. 응원도 많이 해주셨는데 그 힘으로 촬영을 끝까지 할 수 있지 않았나 해요. 특히 어머님뿐 아니라 아버님들도 응원해주시더라고요. 동네 경비 아저씨도 '재미있게 본다'고, '나쁜 남편에게 빨리 복수해 달라'는 말도 들었죠. 하하."
사실 시청자 측면에서 봤을 때, 일부에서는 드라마 내용이 과거 이민영이 겪은 이혼이라는 상처를 떠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민영은 그런 시선을 인정했다.
"작가님도 처음에는 '은정이 강한 역할인데 괜찮을까?'라는 걱정을 하셨던 것 같아요. 저도 시놉시스를 받기 전에는 그랬죠. 하지만 연기였기 때문에 다들 연기로만 생각해주신 것 같아요. 이 드라마를 하면서 이민영이라고 인식되기보다 '고은정이다!'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죠. 드라마와 캐릭터로 봐주셔서 다행이었고, 만족해요. 또 다른 사람 만날 계획이요? 음, 나만의 당신이 빨리 나타나야 하는데…. '인연은 돌고 돌아 언젠가 나타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나만의 당신! 빨리 오세요."(웃음)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