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주인공보다 매력적인 서브 남자주인공의 공식이 모두 통하는 것은 아니다.
한 때 주인공보다 더 돋보이는 서브 남주인공들이 브라운관을 장악한 적이 있었다. 여주인공을 두고 남주인공들과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지만 여주인공을 향한 순애보가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면서 서브 남주인공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지난해만 해도 ‘상속자들’의 김우빈, ‘기황후’ 지창욱, ‘응답하라 1994’의 유연석이 여주인공과 커플이 되지는 못했지만 시청자들의 사랑을 얻었다.
여주인공을 든든히 지켜주는 서브 남주의 공식은 현재 방송되는 드라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트로트의 연인’의 신성록이 엉뚱한 매력을 뽐내고 있고 ‘조선총잡이’의 한주완이 여주인공의 곁을 지키며 개혁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고교처세왕’ 속 이수혁은 겉으로 보기엔 부족한 것 없는 엄친아지만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어머니에 대한 연민을 지니고 있는 유진우 역으로 열연 중이다. 초반에 정수영(이하나 분)의 짝사랑을 받았고 그 진심을 이용해 민석(서인국 분)에 대한 뒷조사를 부탁했지만 이를 거절하자 차갑게 외면하면서 밉상으로 등극했다.
여기에 수영과 민석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커플이 되자 갑자기 질투의 화신으로 돌변, 민석과 주먹 다툼을 벌이는가 하면 수영에게 강제 입맞춤을 하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까지 펼쳤다.
현재는 따뜻한 수영의 진심을 알게 된 후 뒤늦게 사랑에 빠져 외사랑을 펼치고 있지만 유진우의 마음을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표현돼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성장하는 유진우의 모습이 멋있게 그려질 수도 있었지만 이미 주인공인 민석의 솔직하고 지고지순한 순애보에 시청자들이 빠져있는 상태인 만큼 타이밍을 놓친 셈이다.
‘연애 말고 결혼’의 정진운은 아예 민폐 캐릭터라는 욕까지 먹고 있다. 정진운이 맡은 한여름은 주장미(한그루 분)에게 잠수 이별을 해 상처를 준 이훈동(허정민 분)이 운영하는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으로 반듯한 외모로 여성 손님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이렇게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은 한여름은 이후에도 계약 연애 후 점점 가까워지는 공기태와 주장미 사이에 시도 때도 없이 끼어들면서 민폐 소리를 듣게 됐다.
어두운 곳에 혼자 남는 것에 공포심을 갖고 있는 주장미가 폐쇄된 곳에 갇혔을 때 구해낸 건 공기태였지만 갑자기 한여름이 끼어들지 않나 공기태의 어머니와 웨딩드레스를 맞추러 온 주장미가 압박을 견디다 못하고 도망칠 때도 한여름이 등장해 시청자들을 분통터지게 했다.
캐릭터의 부족한 매력은 결국 정진운의 연기력에 불똥이 떨어졌다. 시종일관 웃기만 하고 피해자인 척을 하는 정진운의 단면적인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평이다. 주장미에게 상처를 준 악역인 훈동 마저도 깨알같
여주인공을 위해 순애보를 바치기만 한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서브 남주인공에게 빠지지 않는다. 좀 더 설득력 있는 스토리와 이야기 캐릭터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