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 변신을 예고한 배우 왕지원이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들의 동정을 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30일 방송된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극본 주찬옥, 조진국/연출 이동윤)에서는 왕지원(세라)이 장혁(이건)의 결혼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은 가운데 장나라(미영)와 단둘이 만나는 장면이 그려졌다.
세라는 미영에게 “대체 아이 때문에 책임감으로 맺어진 부부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사랑이 없는데”라고 정곡을 찌른 뒤 “당신은 괜찮냐. 나라면 싫고 비참할 것 같은데. 그건 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는 건을 사이에 두고 두 여자가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입장을 드러내는 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질 만한 장면이다. 세라는 무너지는 감정을 다잡으며 미영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그러나 건의 이름을 언급할 때엔 붉어지는 눈시울을 감추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라는 엄마의 분노까지 고스란히 맞아야 했다. 미영과 헤어져 카페를 나서는 세라 앞에 갑작스레 등장한 세라모는 왕지원을 향해 “어떻게 얻은 수석 자리인데!”라고 소리치며 뺨을 때려 지켜보던 미영과 다니엘(최진혁)을 놀라게 했다.
이 과정에서 왕지원은 건의 결혼을 안 순간부터 참아왔던 설움과 참담함, 엄마에 대한 원망 등 세라의 복잡한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해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자칫 악역으로 느껴질 수 있는 역할이지만 캐릭터에 개연성을 불어넣으며 몰입도를 높이며 공감을 샀다.
하지만 딸을 대하는 것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세라모의 행동은 의구심을 자아냈다. 딸의 감정이나 현 상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마치 자신의 성공인 것 마냥 집착을 보이는 세라모의 모습은, 세라가 왜 그토록 사랑보다 일을 우선시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줘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 다니엘과 카페에서 마주칠 때 다니엘이 그토록 찾고 있는 동생의 특징인 어때 흉터가 드러나 실은 세라가 다니엘의 친동생이고, 입양된 뒤 현 모친의 대리만족처럼 발레에 집중해야 했을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며 동정심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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