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인턴기자] 영화 ‘명량’은 시종일관 무겁다. 관객에게 웃음은커녕, 숨 한 번 제대로 쉴 수 있는 틈을 주지 않는다. 영화에는 민초들의 고통과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의 고뇌가, 왜군 구루지마(류승룡 분)의 복수심 등 다양한 긴장들이 흐르기 때문이다. 일촉즉발의 긴장들이 쌓이다가 명량대첩에서 마침내 폭발하는데, 긴장의 무게가 워낙 무겁다보니 그 폭발력 또한 대단하다. 그렇다면 이 폭발력을 만든 무거움은 어디서 올까. ‘명량’의 긴장을 배가시키는 것은 바로 음악과 침묵의 조화다
지난 7월21일 열렸던 영화 ‘명량’ 시사회 겸 기자간담회에서 김한민 감독은 “김태성 음악감독과 함께 음악으로 영화에 웅장함을 채워 넣자고 했다”며 “전통악기, 동양악기를 이용하려했지만, 영화에 스케일을 맞출 수 없었고 새로운 맛이 없었다. 그러다 김태성 감독이 당시의 서양악기와 음괘를 이용해 이순신의 고뇌를 표현하자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애초에 김한민 감독은 음악으로 스케일을 더욱 크게 하리라는 계산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는 수많은 악기들이 협주하는 웅장한 곡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곡들은 그저 발걸음을 클로즈업한 장면임에도 관객들이 이순신 장군의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영화 내내 흐르는 웅장하고 장엄한 음악들은 배우들의 연기에 더욱 깊이를 더하고, 캐릭터의 상황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게다가, 61분 동안 이어지는 수중 전투신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을 때에 때마침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와 관객들은 다시금 긴장할 수 밖에 없다.
↑ 사진 제공=CJ엔터테인먼트 |
이 영화의 다양한 긴장들을 무겁게 만드는 것은 비단 장대한 음악 때문만은 아니다. 이순신 장군이 전쟁을 앞두고 고뇌하거나 배에 올라탄 사병이 백병전으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 갑판을 보며 공포에 질린 모습에서는 음악이 아닌 침묵이 흐른다. 영화에는 재미있게도 음량을 한껏 높인 협주곡이 등장하는 것과 반대로, 몇 가지 중요한 장면에서 오로지 바람에 스치는 갈대 소리를 내보내거나 심지어 모든 소리를 없애기도 한다.
오히려 이 침묵은 한걸음 더 캐릭터와 가까워질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이순신 장군이 고뇌에 찬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장면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 마치 이순신 장군과 내가 마주한 착각마저 준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이순신 장군의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동요와 두려움, 번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또한 이순신 장군을 향해 총을 조준하는 하루(노민우 분)가 등장할 때 흐르는 침묵으로 인해 관객들은 함께 숨을 죽이고 하루의 시선으로 이순신 장군을 바라보게 된다. 이처럼 음악이 영화의 스케일을 팽창시켰다면, 침묵으로 관객과 캐릭터 간의 거리를 좁혀 왜 캐릭터들이 영화 속에서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지를 납득시킨다.
↑ 사진 제공=CJ엔터테인먼트 |
한편,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7월30일 개봉한 ‘명량’은 개봉 7일 째인 5일 오전 9시 30분 기준으로 누적 관객수 600만696명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유지혜 인턴기자 yjh0304@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