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권도인들의 우렁찬 홍보전 |
“관객이요? 첫 공연 유료관객이 20명 정도면 성공하신 겁니다.”
로열마일에서 만난 한국 공연자분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동안 공연에만 신경 쓰느라 홍보에 소홀했던 것이 걱정되었다. 물론 이곳에 티켓을 팔아 돈을 벌기위해 온 것은 아니지만 우리끼리의 잔치로 끝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첫 공연까지 남은 시간동안 총력을 기울여 홍보하기로 했다. 극장 리허설을 마치면 모두 부리나케 로열마일로 달려갔다. 비가 내렸지만 우리는 태권도 품새팀, 격파팀, 호신술팀 그리고 국악팀으로 나눠 거리홍보를 했다. 목이 쉬도록 아리랑을 부르고, 돌바닥에서 뒹굴며 품새와 격파를 했다. 비가비의 에딘버러 공연을 어렵게 기획해주신 풀음의 이양주 대표님이 단원들 건강이 걱정이라며 철수를 권하셨지만 각자 목표한 홍보물을 끝까지 전달했다. 단원들의 하얗던 도복이 비에 젖어 회색빛을 띄어간다.
“단장님 100명이 넘었답니다!”
이양주 대표님의 기쁨에 찬 목소리를 가슴에 담고 배우들은 무대로 올라서고 있다.
[MBN스타] 프린지 페스티벌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각 공연팀의 기발한 홍보전이다. 워낙 많은 공연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올라가니 관객들은 페스티벌 기간 중 어떤 공연이 올라가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페스티벌 사무국에서 발행하여 무료로 배포하는 공연안내서는 깨알 같은 글씨로 빽빽한 전화번호부 같아 솔직히 한 두 페이지를 읽고 나면 다음 페이지를 넘길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공연팀들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모두 거리로 나가 홍보물을 돌린다. 매일 공연 후 분장도 지우지 않은 채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배우들의 홍보는 또 하나의 공연을 보는 것처럼 기발하고 재미있다. 마릴린 먼로나 마이클 잭슨으로 분장하거나 마술이나 행위예술을 하며 홍보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 혹은 극에 들어가는 퍼포먼스의 일부분을 시연하며 홍보하는 사람 등등 각 팀들은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 피라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렇듯 공연홍보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로열마일에서는 1미터만 걸어가도 더 이상은 받을 수 없을 만큼 갖가지 공연홍보물들이 수북하게 쌓인다. 이들은 비가 내려도 꿈적하지 않고 매일 밤늦도록 한 사람에게라도 더 자신들의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 열을 올린다. 프린지에서 지낸 삼일동안 아직 시차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리허설을 마치면 바로 로열마일로 뛰어나가 홍보를 하며 공연을 만드는 것에도 많은 열정이 필요하지만 공연을 알리는 것에는 더 많은 열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의 공연을 찾아주는 관객 한사람 한사람이 얼마나 귀한지를 가슴 깊이 느끼게 되었다.
물론 여기서도 버스 옆면의 광고란이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기차역의 전광판 등 직접 사람들이 뛰어다니지 않아도 높은 광고 효과를 내는 방법은 많이 있다. 그러나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공연팀들은 대부분 형편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공연단을 이끌고 이곳까지 와서 숙식을 하며 공연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부담이다. 그들에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이런 광고들은 단지 그림의 떡이다.
↑ 각 공연팀의 기발한 홍보전 |
예술인들의 자유와 평등의 상징인 프린지에도 이처럼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한다는 것이 씁쓸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프린지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공연팀들은 자신들의 몸뚱어리를 바삐 움직여 소중한 관객을 얻고 자신들의 공연을 알린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홍보. 그들의 넘쳐흐르는 열정을 본다면 단지 가난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라고 말할이는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프린지에서 홍보를 할 때는 다른 공연팀의 홍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육성을 제외하고 악기나 마이크 등 노력하지 않아도 큰소리를 낼 수 있는 도구들을 사용해도 안 된다. 이러한 예술인들의 예의는 철저하게
성상희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