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좋았던 일이나 나빴던 일이나 학창 시절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추억이다. 영화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는 학창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평범한 고등학생 동도(이재응)가 자신과는 다른 친구 현승(차엽)의 무리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오해하고 싸우며 이해하는 과정이 눈길을 끈다. 속된 말로 '놀아 봤다'거나, '범생이었다'거나 상관없이 우리가 주위에서 보았던 이들, 혹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다. 한 감독은 자신의 실제 과거 이야기를 섞어 우정과 사랑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한 감독은 "영화 '폭력써클'과 '파수꾼' 사이의 학원물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저예산으로 제작됐고, 촬영 환경도 제한돼 있어서 그가 원하는 것들을 모두 담지 못하긴 했다. 하지만 연출 데뷔 작품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그는 "모든 걸 갖춰 놓고 시작하면 영화를 못 찍었을 것 같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상영시간이 2시간 넘게 나왔는데 극장이 이 시간 전부를 걸어줄 거라고 생각 안 했어요. 40분 정도 잘랐죠. 그런데 걸러내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가 더 잘 보이는 것 같아 좋아진 것이라고 생각해요."(웃음)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다는 차엽은 "12년 동안 활동해오며 소속사와 함께 연기 생활을 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 털어놨다. 전 소속사와 결별한 이유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욕심이 생겼죠. 예전에는 어리버리하고 뚱뚱한 역할만 했었거든요. 멋진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현승은 외모적으로는 갱 같지만 여린 면도, 듬직한 면도 갖고 있는 친구예요. 하하." 소속사에서 보살핌을 받기만 하다가 스스로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 해야 하기에 힘들긴 했지만, 촬영 현장에서 만난 친구들이 모두 다 혼자서 연기 활동을 하고 있었다. 차엽은 "'그래, 이렇게 활동하는 친구들도 있지!' 나도 열심히 해야지'라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눈을 반짝였다.
20대 후반 배우들이 18살을 연기했건만 교복이 어색하지 않다. 배유람은 "불특정 다수에게 죄송한 느낌"이라며 "내가 교복을 입어도 되나 고민했다"고 웃었다. "사실 전 오디션을 봤는데 연락이 없어서 떨어진 줄 알았어요. 아직 고등학생 역할을 할 수 있는 얼굴일 때, 학생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같이 하자'고 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하하."
눈썰미가 좋은 관객은 눈치챘을 수도 있겠다. 배유람은 최근 개봉했던 영화 '끝까지 간다'에서 이선균을 불심검문하다가 오히려 호되게 당하는 의경으로도 나와 웃음을 주기도 했다. 건국대 영화과 출신인 그는 이 학교 교수로 활동 중인 홍상수 감독의 영화 '북촌 방향' 등에도 잠깐 출연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홍상수 교수님은 제게 은인이죠. 홍 감독님 영화에 나왔다고 하면 다른 영화 관계자분들이 제게 오디션이라도 볼 기회를 주시거든요."
배유람은 운이 좋다고 표현했지만, 연기력이 없으면 이 치열한 경쟁 바닥에서 꿈도 못 꿀 일이다.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에서 그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진 않지만 주인공 동도를 다독이는 친구 대현으로 등장,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다했다.
영화는 폭력 장면이 리얼한 것도 눈길을 끈다. '저렇게 맞으면 뼈도 못 추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두 배우는 촬영 당시 에피소드를 전했다. 차엽은 후반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맞는 장면을 언급하며 "정말 많이 맞아 배가 너무 아파 못 일어났을 정도"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감독님이 정말 못된 것 같다"고 웃으며 또 다른 싸움 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라진(장래군)이가 동도에게 인사 안 한다고 불러서 때리는 장면인데요, 그때 라진이가 교정을 하고 있었는데 뺨을 때리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그때만 해도 109kg이었는데, 감독님이 '내가 책임진다'며 시키는 거예요." 배유람은 "래군이랑 동갑내기인데 그 장면 보고 '너 진짜 고생했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떠올렸다. 한 감독은 "배우에게 현승에게 맞아야 한다는 걸 설명해줬는데, 현장에서 차엽이 모습을 봐서 그런지 처음에는 '못 맞겠다'고 하더라"고 말해 두 배우를 웃겼다.
한 감독은 "배우들이 각자의 색깔을 잘 보여준 것 같다. 난 배우들이 과도한 연기를 하면, 그걸 자르기만 하면 된다"고 칭찬했다. 이어 "우리 영화에 나온 친구들이 국내 영화계를 이끄는 차세대 배우들이 됐으면 한다"며 "극장에서 보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안방에서라도 영화를 보고 관객이 배우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고 바랐다.
두 배우는 솔직한 마음으로 말했다.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게 아쉽긴 하지만, 폭력적이라고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과거를 떠올리며 '우리도 저랬던 적이 있었지'라고 생각했으면 해요. 소주나 맥주 한잔 하시면서 추억을 곱씹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영화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웃음)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왼쪽부터 차엽, 한윤선 감독, 배유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