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역시 하정우다. 이번에도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가 또 다른 색(色)을 입고 스크린을 휘젓고 다닌다.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는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망할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 활극으로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 연출, 하정우와 강동원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흥행 보증수표’ 하정우는 극 중 돌무치와 도치로 상반된 두 이미지를 동시에 선보였다. 순진하고 돌처럼 단단하고 무식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죽어도 잊지 못 할 억울한 일을 당한 이후 쌍칼을 휘두르며 강렬한 눈빛을 뿜어낸 것.
↑ 사진=곽혜미 기자 |
“윤 감독에게 돌무치 나이를 물으니 18살이라고 했다. 마동석과 멱살을 잡고 서로 성질을 내는 장면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농담 따먹기로 ‘도치가 18살이다’라고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그러자 마동석이 ‘난 그럼 22살인가’고 답했다. 윤 감독은 이를 보고 즉흥적으로 장면에 넣었다. 농담처럼 시작한 게 18살 설정으로 이어졌다. 변명을 덧붙이자면 당시 조선시대에는 평균 수명이 40세를 넘기기 힘들었다. 아마 18살이면 그 정도의 비주얼이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었다.”
‘군도’는 개봉 이후 관객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렸다. 하정우의 변신, 강동원의 악역 연기 등 다양한 부분을 호평하는 관객도 있었지만 ‘민란‘ 기대했던 관객들은 이 부분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고 많은 아쉬움을 쏟아냈다.
“좋은 지방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7개월 동안 고단함을 버텼다. 관객들이 민란의 시대 봉기 같은 느낌을 생각하고 영화를 봤을 땐 다름을 느낄 거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윤종빈 감독은 남성들의 시대 현실에 외침이 담긴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게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제작 의도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거였다.”
그럼 연출 경험도 있는 하정우에게도 ‘군도’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을까. 그는 “아쉬운 부분? 없을 순 없다. 하지만 윤 감독이 노력 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이기에 구체적으로 언급을 않겠다”고 답했다.
↑ 사진=곽혜미 기자 |
“평소 배우들하고 잘 지내는 편인데 유난히 또래를 만나서 그런지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생각보다 강동원과 사적인 자리를 많이 했다. 시골에서 할 일이 없으니까 강동원이 맛집을 찾으면 함게 고을의 유명한 곳을 찾아다녔다. 촬영이 끝나기 한 시간 전에 강동원과 뭘 먹을지 상의했던 것 같다. 강동원이 말 타는 모습? 매력 있다.(웃음)”
하정우는 영화 ‘국가대표’ ‘황해’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러브픽션’ ‘베를린’ ‘더 테러 라이브’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팔색조 매력을 뽐냈다. 빨간색을 입으면 빨갛게, 파란색을 입으면 파랗게 물들며 카멜레온 같은 변신술을 선보이고 있는 하정우. 어떤 색(色)을 입어도 모두 소화할 것 같던 그도 ‘한계’라는 걸 느낄 때가 있었다.
“류현진 선수의 경기를 보면 ‘정말 쉽게 던진다’ ‘놀랍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바라보다가 류현진 칼럼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사람은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공 하나하나 던질 때 어떤 마음으로 던지는지, 투쟁심이 강해서 모든 경기를 퍼펙트게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든지 그런 생각이 기사나 칼럼으로 엿봤을 때 짠한 느낌이었다. 대사 한마디 내뱉는 게 공포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군도’가 고단할 것이라 예상했다. 정신적인 체력이 필요했던 것 같다. 매일 고수부지를 걷고 또 뛰었다. 8시간을 걸었던 것 같다. 그렇게 ‘어떻게 연기를 할까’를 생각하며 캐릭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 사진=곽혜미 기자 |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