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자동차가 삐요삐요. 내가 먼저 가야해요. 삐요삐요”
비가비팀의 귀염둥이 서현이가 규진이의 손을 잡고 신나게 노래 부른다. 4살짜리 현이는 비가비에서 무예의 여신역을 맡고 있는 조주희 무용선생님의 아들이고, 15살 규진이는 사랑하는 나의 딸이다.
오늘은 비가비 공연 전에 일찍 시내로 나가 현이와 규진이를 위해 어린이극을 보기로 했다. 어린이극이라 해도 나이차가 많아 서로 다른 극을 보여주려고 했으나 그냥 현이의 눈높이에 맞춰 같은 공연을 보기로 했다. 공연안내서에 소개된 어린이극들 중 현이와 규진이가 고른 것은 극단 하땅세의 브러쉬라는 작품이다. 아마도 한국문화원 행사에서 본 5분의 쇼케이스가 인상에 남은 것 같다.
공연을 보고 난 후 비가비 공연 리허설 시간에 맞춰 어쿠스틱뮤직센터로 향했다. 기차 안에서 공연안내서를 보며 다음에 볼 공연을 또 하나 찾아보았다. 매일 비가비 공연을 하면서 시간을 쪼개 다른 공연들을 볼 수 있는 것은 프린지가 아니면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 아이들과 함께 본 공연에서 아코디언과 실로폰으로 연주되었던 아름답고 서정적인 극음악이 귀에 남아 동심으로 돌아간 듯 환하게 미소 짓는다.
↑ 무료로 배포되는 프린지 공연 안내서와 포스터들(좌) 거리홍보 공연 포스터 |
↑ 무료로 배포되는 프린지 공연 안내서(좌) 코미디 장르 공연 홍보물 |
우선 프린지 기간 동안 어디서든 쉽게 무료로 얻을 수 있는 공연안내서에는 이곳을 처음 찾는 관광객들도 극장의 위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지도가 함께 들어 있어 꼭꼭 숨어 있는 프린지의 여러 공연장을 찾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올해는 3000개 이상의 공연이 소개되어 거의 지역 전화번호부와 같은 두께이지만 총 10개의 장르로 나누어 관객들이 공연을 선택하기가 수월하다. 태권타악퍼포먼스 비가비처럼 움직임이 활발한 퍼포먼스들은 댄스와 신체극 장르에 포함되어 있다.
이 외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아동극, 매년 가장 많은 공연팀들이 참여하는 코미디, 서커스, 뮤지컬과 오페라, 클래식부터 팝송까지 다양한 연주가 이루어지는 뮤직, 재담, 정극 등 우리가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장르의 공연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 공연보러가는 규진이와 서현이 |
또 매스컴에서 주는 별점이나 관객들의 리뷰와 같은 평가시스템은 실험극이 많은 프린지에서 관객들이 공연을 선택할 때 강력한 조언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프린지의 별점은 매우 공정한 평가를 통해 얻게 된다는 것을 공연자나 관객들이 모두 인정하게 만든 것도 프린지가 지닌 시스템의 힘이라 할 수 있다. 관객들의 리뷰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연의 티켓을 구매한 회원만 쓸 수 있게 되어 있어 리뷰가 지닌 공정성도 매우 크게 평가받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에딘버러 프린지의 성공적인 시스템이 다른 나라들로 확산되어 이제는 프린지가 세계화되었다는 점이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는 1970년대부터 ‘오프’라는 명칭으로 프린지와 동일한 시스템의 공연들이 선보였다고 한다. 이 외에도 1982년 캐나다 알베르타 지역에서 에드몬튼 프린지 페스티벌이 창설된 이래 밴쿠버, 빅토리아, 위니펙, 토론토, 섹서툰, 몬트리올, 올랜도 등 북미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고 있다.
↑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안내지도 |
↑ 공연 포스터들 |
성상희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