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1. 관람객 "우리 '명량' 볼 수 없어요? 서서 봐도 되는데…." 직원 "죄송합니다. 자리가 붙어 있는 곳이 없습니다. 또 영화관은 입석 개념이 없습니다." 관람객 "빈자리 저쪽 끝에 하나 있네. 이거 하나 주고 나머지는 옆에 계단에서 앉아서 볼게요." 직원 "저희도 그렇게 해드리고 싶은데 안 됩니다."
#2. 아빠 "아들 재밌었어?" 아들 "네, 이순신 장군님 대단해요. 멋지신 분인 것 같아요."
영화 '명량'이 한국 영화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16일 투자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명량'은 이날 오전 11시30분 기준으로 누적 관객수 1362만7153명을 기록했다. 가장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인 영화가 됐다.
'명량'은 역대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68만), 역대 최고의 평일 스코어(98만), 역대 최고의 일일 스코어(125만), 최단 100만 돌파(2일), 최단 200만 돌파(3일), 최단 300만 돌파(4일), 최단 400만 돌파(5일), 최단 500만 돌파(6일), 최단 600만 돌파(7일), 최단 700만 돌파(8일), 최단 800만 돌파(10일), 최단 900만 돌파(11일), 최단 1000만 돌파(12일), 최단 1100만 돌파(13일), 최단 1200만 돌파(15일), 최단 1300만 돌파(17일) 등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제 모든 영화의 비교 기준은 '명량'이 됐다. 이중 특히 주목을 끄는 건 '아바타'가 세운 최고 기록(1362만 4328명)를 제치고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랭크됐다는 점이다. 개봉 18일 만에 이뤄낸 성적이다.
최근 한국영화는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외국영화에 밀리던 한국영화는 '7번방의 선물',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변호인' 등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개봉한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아바타'의 벽은 높았다. 각 투자배급사가 '한국영화 자존심 세우기'라는 목표를 세우고 꼼수도 부리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아바타'의 기록을 깨지는 못했다.
그러던 가운데 '명량'이 일을 냈다. 1597년(선조 30년) 9월 16일 명량에서 단 12척으로 330척의 왜선을 무찌른 '명량대첩',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를 우직하게 담아낸 영화는 관객과 통했다. "충은 의리다. 의리는 왕이 아닌 백성에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충은 백성을 향하는 것이다"라는 이순신 장군의 일갈이 관객의 뇌리에 꽂혔다.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나 여러 가지 사건 사고로 리더십의 부재 등 위기를 겪은 한국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왔다. 관객은 자신의 목숨을 버릴 각오로 싸운 이순신 장군에게 희망을 품었고, 그를 따라 극장으로 향했다. 그 결과 5년 만에 한국영화사는 새롭게 쓰였다.
'명량'은 여전히 상당한 스크린 수를 차지하고 있다. 신작들의 개봉에도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이 여전히 높다. 교육영화라는 소문에 아이들 손잡고 영화관을 찾는 부모부터 중장년층이 극장 나들이에 나섰고, 몇 번씩 재관람하는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누적 관객 1500만 명을 넘어 2000만 명까지 예측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당연히 스크린 독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다른 영화들이 관객을 만날 기회는 줄어든다. 새벽 시간대에만 상영관을 배정받은 영화들도 있다. 극장 측은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에 쉽게 다른 영화에 관을 내어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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