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이런 반응을 얻을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저도 놀라워요. 어떤 지점에 이르러서는 당황하기도 했어요. 정말 고마울 따름이죠. 솔직히 전 이순신 장군 붐이 일길 바라긴 했는데 실제 이런 반응을 체감하니 굉장히 고맙고 다행이네요."(웃음)
'명량'의 김한민(45) 감독은 "사실 대진운만 생각하면 아찔했다"고 털어놨다. '군도: 민란의 시대'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해무'와 비슷한 시기 경쟁했기 때문이다. 그는 "감독들의 연출적인 능력이 다 뛰어난 분들이고, 배우들도 쟁쟁한 분들이었다"며 "속으로 '정말 난 대진운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누구보다 긴장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최고 오프닝 스코어(68만명), 최단 기간 1000만 돌파(12일) 등 연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분들의 어떤 뇌관을 건드린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시대와 사회는 분열과 갈등, 대인 간 단절이 심하다. 이순신이 그런 것들을 극복할 수 있는 화합과 통합의 아이콘으로서 단절된 개인들을 동질적으로 묶어주는 데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지점까지 바라는 건 욕심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공식 자리에서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3부작으로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이순신 장군이 돌아가신 노량해전을 더 극적인 영화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명량해전'을 택한 이유는 뭘까. "이순신 장군 정신의 요체가 가장 크게 담긴 게 명량해전이라고 생각했어요. 목숨을 연연하지 않고 희생정신을 보여주고, 백성과 장졸의 두려움이 용기로 바뀌는 해전이죠. 어떤 계산보다는 본능적이었던 것 같아요. '한산'이나 '노량'도 시나리오는 현재 나와 있어요. 하지만 다른 작품들도 보고 있어서 다음 작품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웃음)
'명량'은 150억 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해전 61분에만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다. "처음에 해전은 30분, 길어지면 40분을 생각했는데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완결하는 건 해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구성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61분이 됐어요. 60분을 보여줘야겠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해전 신 등과 관련해 투자사와 의견 충돌이 있었느냐고요? 조심스러운 의견 개진은 있었지만 감독을 믿어줬어요. 제가 작품을 만들어 내는 데 힘이 됐죠. 실패에 대한 생각은 안 했느냐고요? 그 생각보다는 그렇게 망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게 더 정확한 표현 같아요."
김한민 감독은 아직 정산되지 않았지만 100억 원 이상을 거머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순신 장군을 위해서 뭔가를 할 생각이다. "허수가 많아서 그 정도는 아닌데….(웃음) 돈이라는 것은 소유하는 것보다는 얼마나 의미 있게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라든가 다른 방면으로 투자해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쓸 겁니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