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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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켄은 일본 국민배우이자 영화 '배트맨 비긴즈', '인셉션' 등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연기자. 바쁜 그의 스케줄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6개월 전부터 연락을 주고받은 끝에 올해 부산영화제 사회자로 낙점됐다.
사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여러 명의 배우 리스트에 와타나베 켄을 1순위로 올려놓았다. 내심 와타나베 켄을 바라는 눈치가 많았으나 미리 스케줄 조율을 하지 않아 좌절됐고, 다행히 또 다른 리스트업 배우 곽부성과 손을 잡아 영화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지난해와 같은 일을 겪지 않기 위해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와타나베 켄 섭외에 미리부터 나섰고, 올해 사회자로 선정할 수 있었다.
제17회부터 부산영화제는 개막식 사회자로 외국 배우를 한국 배우와 함께 세우고 있다. 한 사람은 외국인, 또 한 사람은 한국인으로 MC를 선정해 글로벌화에 맞춘 이벤트를 벌인다. 한국과 외국 인사의 MC 체제는 올해까지 3회 연속인데, 여기저기서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평가가 많다. 탕웨이를 시작으로 곽부성도 호평받았고, 세계의 주목도 받았다.
하지만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일본 배우가 한국 최대 영화제의 사회자로 나서는 게 맞느냐는 일각의 물음도 있다. 영화제 측도 고민한 사항이다. 하지만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고민을 하긴 했다. 하지만 일본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다양한 작품으로 활동하는 와타나베 켄이 문화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이 있는 건 당연하다. 아베 신조 총리처럼 우익 보수들의 '이상한' 생각으로 휩싸여 있는 일본을 보는 우리도 안 좋은 시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에는 정신이 제대로 박힌 이도 있다. 굳이 우리까지 이상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관객 1600만 명을 돌파하며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는 영화 '명량'에 출연한 일본 배우 오타니 료헤이는 일본 수군이지만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는 마음에 조선 수군의 편에서 왜군의 정보와 작전을 전하는 준사 역으로 출연했다. 실제 역사에 있었던 인물이라고 한다.
우익 성향이 강한 오사카 지역 출생인 오타니 료헤이는 고향에 돌아가면 날라오는 돌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역사에 밝았던 그의 아버지는 "준사 역을 맡기 위해선 어떤 각오를 다짐하고 임해야 한다. 기본적인 역사를 파악하고 연기하라. 가벼운 마음으로 연기하지 말라"는 조언으로 아들에게 힘을 실었다. 오타니 료헤이는 '명량' 출연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방송에서 "일본 사람으로서 영광스럽다"고까지 했다.
한국인이라면 일본을 향해 외교ㆍ정치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많을 게 분명 하지만, 영화(문화)는 다른 시각의 접근이 필요하다.
한편 와타나베 켄과 함께 배우 문소리가 올해 개막식 사회자로 선정된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2일부터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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