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은 여전히 대중에 ‘아이돌 그룹 2PM 출신’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오랜 공백을 깨고 야심차게 꺼내놓은 정규 2집 ‘EVOLUTION’은 마치 향후 한국 가요계를 이끌어 갈 실력파 R&B 솔로 아티스트의 탄생을 예고하는 듯 하다.
2일 오후 서울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롯데카드홀에서 박재범 정규 2집 ‘EVOLUTION’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진행됐다. 이번 앨범은 박재범이 내놓는 2년 6개월 만의 정규 앨범으로, 그는 17개의 수록곡 전곡을 작사, 작곡함은 물론 프로듀싱까지 도맡아 진행하며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의 고집을 드러냈다.
음원 차트 성적이나 음악 프로그램 순위 등 소위 말하는 ‘대중적’ 성공보다 하나의 앨범을 ‘작품’으로 대하는 그의 고집스런 마인드는 이번 앨범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재범은 “솔로로 나선 후 계속 스스로 프로듀싱을 했다. 그래서인지 잘 된 적이 없는 것 같다”면서도 “나에게 아티스트로서의 고집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안 하면 왠지 마음에 안 들고, 까다로운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듀싱은 물론 스타일링 및 무대 연출까지 모든 걸 스스로 해냈기 때문에 “반응이 별로 없으면 멘붕이 왔다”는 솔직한 고백에도 불구, 박재범은 “반응이 안 좋아도 내가 만족을 해야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재범은 “앨범은 장사가 먼저가 아니고, 하나의 작품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작품 또한 완성도 높게 만들려고 이렇게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적으로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스트레스였다고. 박재범은 “예전 곡들을 들어보면 뭔가 표현하고 싶은데 한국어도 미숙하고 실력이 부족해 표현이 잘 안 되더라. 내가 들어도 발음이 안 좋게 느껴지고 작사도 어색했던 게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과정이었으니 스트레스는 받지만 좋은 과정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박재범을 칭찬하는 동료 뮤지션들이 꽤 많다. 단순히 지금 그가 보여주고 있는 ‘현재’ 때문만은 아닐 터다. 박재범은 주위의 호의적인 평가에 대해 “음악은 부족해도, 열정이나 마인드가 멋있어서 칭찬해주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내가 원했던 건 대중적인 인기보다 그것(멋있게 음악 하는 일)이었다. 프로페셔널하게 랩을 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랩을 했었고. 내 삶 자체가 그냥 힙합이었는데 그런 걸로 알려지지 않아서 답답했다”고 말했다.
대중에 각인된 ‘아이돌’ 박재범에 대한 첫인상은 그렇게 그를 가둬놓는 외부적 시선이었다. 박재범은 “실제 나는 그런 사람인데 (사람들이 나를 볼 때) 아이돌이었고, 어떤 사건이 있었어 라고만 보니 답답했던 것”이라며 “나는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걸 들려주고 싶었는데 예전 음악을 들어보면 참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담담하게 술회했다.
진짜 원하는 음악을 할수록, 무대 위 퍼포먼스뿐 아닌 음악으로써 대중과 소통하고 싶은 포부도 점점 커졌다. 박재범은 “처음엔 음악보다 퍼포먼스의 비중이 더 컸다. 앨범이나 작품보다는 ‘춤 잘 추고 라이브 잘 하는 걸 보여줘야지’ ‘이렇게 하면 멋있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무대를 보고 멋있다고는 하지만 음악은 기억에 남지 않는 것 같더라”며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줄까를 고민하게 됐고, 점점 하면서 감이 잡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힙합도 잘 하고 R&B도 하는, R&B 아티스트로서 조금 더 인정받고 싶은 앨범”이라고 다부진 소개를 덧붙였다.
타이틀곡 ‘So Good’은 듣기만 해도 어깨가 절로 들썩여지는 신나는 템포의 댄스 곡.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영향을 많이 끼친 故 마이클 잭슨의 음악에 영감을 받아 박재범만의 색깔로 표현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을 포함, R&B와 댄스는 물론 일렉트로닉 힙합과 유로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빼곡히 수록됐다. 사이먼디, 그레이, 로꼬, 커먼그라운드, 라도, 스윙스 등 다양한 뮤지션들이 지원사격했다.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