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꼴통 배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이기도 한 배우 조재현(49)은 이 시선을 거부한다. 이 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이 새누리당 인사(남경필 전 의원, 현 경기도지사)이라서, 그를 특정 정당과 연관시키는 편협한 시각 말이다. 과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 어떤 정치색을 띤 배우는 아닙니다. DMZ영화제가 얘기하는 것처럼 양쪽을 인정할 줄 아는 성향을 가지고 있죠.(웃음) '평화·생명·소통의 DMZ'가 우리 영화제의 비전이고, 정치와 이념을 뛰어넘는 영화제가 우리의 목표입니다. 한쪽의 정치적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영화제를 만들 겁니다. 특히 올해는 DMZ영화제가 본격 가동될 거로 확신해요. 영화제가 사전 제작을 지원한 작품 9편이 상영되는데, 결실이 소개되는 것이니 감개무량합니다. 이제야 다큐멘터리 영화제로 모양새를 갖춰나가는 느낌이죠."
조재현 집행위원장은 11일 오후 서울 종로 동숭동 수현재씨어터에서 오는 17일 6번째 축제를 시작하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자신감이 드러났다.
조 집행위원장은 이날 "그간 우리 영화제가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 얼마만큼 깊게 접근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걸 안다"고 인정했다. 과거 용산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 '두 개의 문' 등을 지원하기도 했지만, 다큐멘터리 영화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거나 챙기지 않았다는 솔직한 고백이다.
하지만 올해는 개막작 '울보 권투부'(감독 이일하)를 포함해 김경묵 감독의 '유예기간', 라브 디아즈 감독의 '폭풍의 아이들, 1권', 김수목 감독의 '니가 필요해' 등 영화제의 제작지원을 받은 작품들이 대거 관객들을 찾는다. 올해 영화제 총 예산은 15억 원. 작년 대비 30% 축소됐지만 이를 다큐멘터리 제작지원에만 3억 원 가량 투자했다. 서용우 DMZ영화제 사무국장은 "총 예산의 30%를 제작지원과 상금 등에 쓴다는 건 콘텐츠 발굴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며 "좋은 영화를 키워보겠다는 취지가 크다"고 짚었다. 올해 처음 이 영화제에 참여하게 된 전성권 프로그래머도 "'과연 DMZ영화제는 어떤 영화제인가'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던 것 같다. 올해는 확실히 색깔을 내는 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올해 영화제를 본격 가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또 있다. 관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17일 오후 7시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24일까지 경기 고양시 메가박스 킨텍스 등지에서 열린다. 지하철 3호선을 이용해 조금 더 편리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다큐멘터리를 향한 관심도는 아직 낮은 수준인 것 같다"고 아쉬워한 조 집행위원장은 "홍보대사인 배우 안재모와 고나은을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여시키는 계획도 세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특별전과 강연 등의 부대행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관객을 맞이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DMZ영화제는 30개국에서 출품된 111편이 상영된다. 국제경쟁 부문에는 12편의 후보작이 2200만 원의 상금을 놓고 겨룬다. 한국경쟁(9편)과 청소년 경쟁(6편)도 2000만 원 상당의 상금을 놓고 경쟁한다. 개막작은 도쿄조선중고급학교 권투부 아이들이 일본 내 조선인에 대한 차별에 맞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한편 올해 영화제 측은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국비(영화발전기금)도 지원 받았다. 조 집행위원장은 "국비를 지원받으면 영화제의 지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얘기니 기쁜 일"이라고 즐거워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배우가 무슨 영화제를 이끄느냐', '언제부터 다큐에 관심이 있었다고?'라는 등 의아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집행위원장을 맡으며 이 영화제가 자리를 잡고 지속되게 하는 게 내 역할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절반은 이룬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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