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애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의 이름 앞에는 이제 ‘아나운서’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KBS에서 근무했던 만 8년 간의 기간을 돌아보며 “(나는) 언론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프리랜서 방송인이다. 따라서 나의 이야기가 대한민국 대다수의 아나운서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며 혹 이로 인해 그 이름에 누를 끼칠까 염려가 되기도 하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이어 “다만 한 전직 정치인의 발언으로 빚어진 이 논란에 대한 화해를 정식으로 요청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4년 전 강용석의 발언을 언급한 것이었다. 이지애는 “아직도 그 얘기를 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로 인해 아나운서들의 상처는 꽤 깊었다”며 “처음 이 얘기를 들은 아나운서들의 반응은 황당함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줘야 했느냐고 우리끼리 서로 묻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이 흘러가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이는 곧 분노와 억울함으로 바뀌었다”고 당시의 심경을 이야기했다.
앞서 강용석 전 의원은 2010년 18대 국회의원 시절 때 전국 대학생 토론 동아리가 끝난 뒤 남녀 대학생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아나운서를 꿈꾸는 여대생에게 “아나운서는 모든 것을 다 줄 생각을 해야한다”라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바 있다. 그는 같은 해 9월 여성 아나운서들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지애는 9년차 아나운서로서 5년간 주 7일 근무로 시간, 건강, 청춘 등을 내준 점을 꼽으며 “액면 그대로 보자면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의 이야기는 맞는 것도 같다”면서도 “그가 한 말의 의미는 이러한 것이 아니었기에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프다. 여전히 여자 아나운서의 기사 밑에는 알 수 없는 말줄임표 댓글이 달리곤 한다”라며 씁쓸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 “여전히 ‘그 말 사실이냐’고 묻는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만날 때면 참으로 허망함을 느낀다”고 안타까워했다.
마지막으로 “술자리에서의 말 한마디 실수로 4년이 지나서까지 시달리는 그 분 역시 말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으셨으리라 믿는다”며 “이제는 ‘다 준다’는 의미가 누군가를 위한 희생이나 사랑의 표현으로만 사용되기를 바란다.
한편 지난달 29일 서울서부지법 제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는 파기환송심에서 여성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강용석 전 의원의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