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미로의 탈출구를 찾아 헤맨다. 내용은 단순해 보이는데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스릴 넘친다. 중반부 정도 되면 오금이 저릴 정도다. 결말에 가서 허무함이 밀려와 중반부 느낀 감정이 사르르 녹는 게 아쉽긴 하다.
누군가에 의해 글레이드라는 미지의 숲 속에 보내져 모여 살게 된 아이들. 이들은 기억을 잃었다. 이름 정도만 알 뿐이다. 이곳에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왔는지 모른다. 팀을 꾸려 살아남기 위해 집을 짓고, 먹을거리를 찾는다. 글레이드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미로를 탈출하기 위해 수색조, 러너라는 팀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 온 아이가 3년 전이 처음이라고 하니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탈출은 꿈도 꾸지 못했다. 알고 보니 시시각각 변하는 미로 위치나 방향을 알았으나, 더는 전진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가 배달(?)되고 변화가 감지된다. 호기심 많은 토마스는 집단을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탈출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공포의 대상 그리버가 열쇠였던 것. 거미와 전갈을 합친 듯한 기계생물체를 죽이고 내재한 물체를 얻은 토마스 일행. 열쇠를 들고 토마스와 아이들은 다시 미로에 들어간다. 여기에 첫 여자아이 트리사(카야 스코델라리오)까지 글레이드에 등장하면서 상황은 극적으로 변한다.
어둠이 낮게 깔린 상황에서 토마스와 민호(이기홍)가 그리버와 대결하는 신이 인상적이다. 통제됐던 아이들이 자유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모습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외딴곳에 갇힌 아이들이 나름대로 구축한 상하관계도 흥미롭다. 힘의 논리와 규율이 바뀌는 지점에서는 희열을 느끼는 이도 있을 것 같다.
제임스 대시너의 동명 시리즈 소설 중 1편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들이 감옥 같은 글레이드에 갇힌 이유가 설명되는 후반부 반전은 의아할 수 있지만, 다음 편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자 주인공 트리사의 미미한 존재감 역시 다음 편을 위한 워밍업 단계다. 더 큰 반전이 2편에 있지 않을까. 113분. 12세 관람가.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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