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강태명 인턴기자]
하지만 복병을 만났다. 영화 속 멋진 배우의 흡연 장면을 보고 욕구를 참지 못한 것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타짜2’ 속 배우들을 보자 마음이 동했다. 결국 영화 관람 도중 밖으로 나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추석 연휴가 있었던 지난 주, 일상으로 복귀하며 흡연자로 돌아간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영화 ‘타짜2’ 때문이다. 도박판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담배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한시도 담배를 입에서 떼지 않는다. 영화관의 풍성한 사운드로 불 붙이는 소리가 자작자작 들리면 욕구를 더 부추긴다.
특히 ‘타짜2’에서 최승현은 멋진 외모로 남자의 로맨스를 건드렸다. 반항아의 상징인 청재킷을 입고 깃을 세운 채 한 모금. 멋진 수트 패션으로 야경을 바라보며 두 모금. 최고의 미녀 우사장(이하늬)과 함께 세 모금. 화투를 치며 맥주와 함께 깊이 들이 마시는 담배 연기를 보며 흡연 욕구가 생겼다면 당신의 금연은 이미 실패다.
담배가 빠질 수 없는 곳이 또 있다. 조직의 세계다. 이 분야 최고는 박성웅이다. 그는 영화 ‘신세계’에서 많은 유행어를 남겼다. 그 중에서도 “어이, 거기 누구 담배 있으면 하나만 줘라. 뭐, 갈 때 가더라도 담배 한 대 정도는 괜찮잖아”라는 명대사를 탄생시켰다. 곧 하늘로 떠날 그의 운명이 공중으로 흩어지는 담배 연기처럼 희미해 보여 왠지 모를 아련함을 남겼다.
케이블 채널에서 ‘신세계’ 방영이 많으니 야밤에 TV를 보다가 흡연 충동에 사로잡히면 안 될 일이겠다. 함께 등장하는 황정민도 담배를 맛있게 피우는 연기자라서 더 조심해야 할 터다.
이 외에도 영화 ‘친구’의 장동건과 유오성, ‘범죄와의 전쟁’ 속 하정우가 애연가들의 욕구에 불을 지핀 주범(?)들이다. 특히 ‘먹방 연기’ 최고봉으로 꼽히는 하정우가 담배를 맛있게 피우는 배우다. 영화 ‘추격자’ ‘범죄와의 전쟁’ ‘황해’ ‘더 테러 라이브’ 등을 통해 수많은 금연 실패자들을 양산했을 법 하다.
오는 10월 개봉을 앞둔 영화 ‘마담 뺑덕’의 정우성은 “이번 작품을 위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됐다”고 밝혔다. 금연 중인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정우성의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본다면, 금연 의지를 상실하게 되지 않을까. 과거 영화 ‘비트’에서 말보로 레드와 지포라이터로 많은 이들의 청춘을 불태우게 했던 정우성의 모습이 떠오른다.
최근 방송된 tvN ‘꽃보다 청춘-라오스 편’에서 갑자기 출국하게 된 배우 손호준이 생필품도 포기한 채 “담배 한 갑만 사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금치 못했다. 개인적으로 금연 중인 입장에서 공감하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바람’에서 불량한 고등학생 역할을 맡아 담배 연기를 뿜어대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기에, 그가 담배 한 갑을 구걸하는 장면이 더욱 예능답기도 했다. 문득 손호준은 귀국길에 면세점에 들러 담배를 샀을지 궁금해진다.
‘담배는 끊는 것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참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혹 영화 속 흡연 장면을 마주하더라도 욕구를 이겨낼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1950년대부터 30여년 간 활동했던 미국 배우 찰스 램은 “담배여, 그대 때문이라면 죽음 이외에는 나는 무엇이라도 할 것이다”고 했다. 그렇지만 담배의 백해무익함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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