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광기 어린 왕 한석규와 살기로 똘똘 뭉친 대신들의 연기 대결은 ‘비밀의 문’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2일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 1회에서는 대리청정을 하며 김택(김창완 분)을 위시한 노론 세력에 대항해 새로운 국법을 펼치면서, 저자거리에서 세책을 찾아 헤매는 사도세자 이선(이제훈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시청자들은 SBS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왕(세종) 역을 맡은 한석규가 어떤 모습으로 영조를 그려낼지에 대해 호기심을 드러냈다. 또한 김창완, 전국환, 이원종 등 대신들로 분한 연기파 배우들의 앙상블도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 사진=비밀의 문 방송 캡처 |
이날 한석규는 무수리로부터 났다는 출생 신분 때문에 왕위를 뺏길까 노심초사하는 영조의 괴팍함을 다양하게 표현했다. 그는 첫 등장부터 헝클어진 머리로 왕좌에 앉아 소리를 지르는 광인의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한석규의 연기가 가장 빛났던 장면은 영조가 탕약을 믿지 못해 궁에 들어온 지 이틀 된 내관에게 이를 먹이려는 장면이었다. 영조는 어린 내관에게 다가가 인자한 미소를 짓기도 하고, 마치 친근한 삼촌처럼 “네 이름이 무엇이냐? 네 이름 말이야, 이놈아. 한 열 일곱 쯤 됐니?”라고 신상을 물으며 더 없을 성군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자신이 권하는 탕약을 거절하는 내관을 보며 한순간 그는 사자처럼 표효했다. 영조는 “이제 대전에 단 이틀 밖에 되지 않는 아이가 나를 가르치려 든다. 삼정승 육판서부터 과인을 무시하니, 이런 콩알만 한 내관 나부랭이까지 나를 가르치려 드는 것이다”라고 대노하며 급기야 이를 말리는 김상로(김하균 분)에 “기름에 튀겨서 똥물을 아가리에 퍼부을 놈”이라고 일갈해 대신들을 혼비백산하게 했다.
이어 영조는 “노망이라 더 이상 왕위에 앉히지 못한다는 말이냐”고 분노를 참지 못하며 “선위(왕위를 물려주는 일)하겠다”고 소리쳐 궁궐에 파동을 일으켰다. 한석규는 이 장면에서 극단적으로 인자와 난폭함을 넘나드는 연기를 펼쳐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또한 왕권을 아예 교체하려는 노론과 사도세자를 왕위에 앉히려는 소론의 분쟁을 표현해낸 대신들의 연기도 한석규의 카리스마에 대항하기 충분했다. 노론의 수장 김택을 연기한 김창완은 특유의 담담한 말투와 표정으로 서슴없이 잔인한 말을 내뱉어 진정한 살기를 드러냈다.
김창완은 “금좌를 왕좌에 올릴 수 있지만, 필요하다면 그 용포를 찢어치울 줄도 알아야 돼. 그래야 우리가 노론일세”라고 동료 김상로에게 아무렇지 않게 역모의 뜻을 밝히는가 하면, 맹의를 가졌다고 추측되는 이선의 친구 신흥복(서준영 분)을 필요하다면 죽여도 좋다고 수하에 명령하는 등 내재된 잔인성과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인물 김택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대신들을 맡은 조연들의 활약은 단연 이선이 서책 출판권을 백성에 허하라는 파격적 명령을 내린 후 노론과 소론이 각자 토론을 벌이는 장면에서 돋보였다. 김택을 필두로 김상로, 민백상(엄효섭 분) 등이 “임금은 균역법, 아들은 출판권으로 속을 썩인다”며 “우리 노론을 이렇게 박대해서는 안 된다”고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성토하는 모습은 짧은 시간 동안 각 캐릭터들의 성격과 노론 안에서 맡은 각자의 역할들을 단면적으로 보여줬다.
또한 소론의 수장은 근엄하지만 날카로운 눈빛과 말투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전국환이, 소론의 실세이자 소탈한 성격을 가진 이선의 스승 박문수는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준 이원종이 맡았다. 최근 MBC ‘야경꾼일지’에서 광기 어린 연기를 보여준 최원영도 이선의 오른팔 역할을 도맡아 소론에 가담하는 채제공으로 등장한다. 소론의 모임에서는 자유로워진 출판권으로 영조의 왕위 승계에서 일어난 탈법 등이 더욱 많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자와 진정 백성의 편에서 이를 바라보고자 하는 자의 대화를 통해 소론 안의 작은 분쟁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이처럼 한석규를 비롯한 연기자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정확하게 분석, 빠른 전개로 인해 짧은 시간 안에 극중 인물 간의 관계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서도 이를 충분히 표현해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또한 앞으로 더욱 본격적으로 펼쳐질 이선과 뼛속까지 정치적인 혜경궁 홍씨(박은빈 분)의 대립도 잠시 비춰져 극의 생동감을 살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맹의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음회부터는 이를 둘러싼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