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과연 사도세자는 당쟁 정치의 희생양일까, 아니면 궁녀 100명을 죽인 미치광이일까.
요즘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일반적으로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사도세자는 아버지 영조의 지나친 기대로 미침증과 광증에 시달린 인물인 데 반해, 드라마에서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가진 굳건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를 역사의 재해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시청자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아직 3회 밖에 방영되지 않은 드라마에 대해 역사 왜곡을 논할 순 없지만, 사도세를 어떤 방식으로 그려낼 지에 대한 제작진의 의도는 이미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최문석 CP는 MBN스타와의 통화에서 “‘비밀의 문’은 사도세자 이선의 약관(20대)의 모습을 그려낼 예정이다. 역사적 기록에는 젊은 시절의 사도세자에 대해 ‘성군의 기질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왜곡에 관한)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의견을 한 차례 피력한 바 있다.
또한 “‘맹의’와 같이 허구적인 요소도 다수 등장한다. 완전한 사극이 아닌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빈 부분을 일어날 법한 일을 상상해서 채워 넣은 개념의 픽션 사극이다”라고도 말했다.
↑ 사진=SBS 비밀의 문 홈페이지 캡처 |
사도세자는 조선 제21대 국왕인 영조의 두 번째 왕자로 이름은 이선(李愃), 자는 윤관(允寬), 호는 의재(毅齋)다. 그는 영조(英祖, 1694∼1776, 재위: 1725∼1776)의 둘째이자 마지막 아들로 태어났다.(영조 11년(1735) 1월21일) 역사적 기록에 사도세자는 2세 때부터 글자를 읽고 쓸 줄 알았다. ‘천지왕춘(天地王春)’이라는 글자를 쓰자 대신들이 서로 다투어 가지려고 했다는 기록도 존재한다.(영조 13년(1737) 2월14일)
사도세자가 병적인 이유로 인해 영조와 마찰을 빚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세자가 10세 무렵부터 학문에 싫증을 느꼈다고 설명한다. 사도세자는 본디 무관의 기질이 있어 영조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글을 읽는 것이 좋은가, 싫은가”하고 묻는 영조의 물음에 “싫을 때가 많다”고 대답한 사도세자의 일화가 기록돼 있다.(1744년(영조 20) 11월4일) 또한 세자의 정신적 질환에 대해서도 여러 기록을 발견할 수 있다. 영조 31년(1755) 약방 도제조 이천보(李天輔)는 “동궁이 요즘 가슴이 막히고 뛰는 증세가 있어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그렇게 된다”고 아뢰었다는 기록이 있다.
혜경궁 홍씨는 사도세자가 사망한 원인을 의대증(衣帶症)이라고 생각했다. 그 증상은 옷 입기를 싫어하는 것인데, 세자가 영조를 만나기 싫어 옷을 입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발병한 것이다. 임오화변(壬午禍變: 영조 38년 세자가 뒤주에 갇혀 살해된 사건)이 일어난 당일의 기록에서도 “무인년(1758) 뒤부터 병의 증세가 더욱 심해져 발작할 때는 궁비(宮婢:궁중의 계집종)와 환시(宦侍:내시)를 죽였고, 죽인 뒤에는 후회하곤 했다. 임금이 그때마다 엄한 하교로 절실하게 책망하니, 세자는 두려워 질병이 더하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이 기록에 의거해 익명을 요구한 A대학 사학과 B교수는 “지금 ‘비밀의 문’에 등장하는 사도세자의 모습은 재해석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오화변이 일어나기 20여 일 전에 나경언(羅景彦)이 세자의 비리를 영조에 보고했다가 참형에 처해지고, 영조가 직접 시전 상인들을 불러 세자가 진 빚을 갚아준 일이 있었다”며 “이외의 여러 기록에도 사도세자가 10세 전후부터 분명 문제가 있었음을 나타내는 증거들이 있다”고 했다. 이에 덧붙여 A교수는 “사실 역사학계에서 사도세자를 성군 자질을 지닌 인물로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 사진=비밀의문 방송 캡처 |
또한 사도세자의 정치적 성향이 소론에 가까웠다는 기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의 가장 유력한 근거로 사도세자가 20세일 무렵인 1755년(영조31) 2월에 발생한 나주 벽서 사건이 있다. 나주 객사에 “간신들이 조정에 가득해 백성이 도탄에 빠졌다”는 내용의 벽서가 붙은 사건인데, 범인은 영조 초반에 숙청된 소론의 중심인물 중 하나인 윤취상(尹就商)의 아들 윤지(尹志)로 밝혀졌다.
이 사건에서 대리청정을 중이던 세자는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사직한 소론의 영수 이종성을 만류하고, 유배된 소론 인물을 극형에 노론의 주장을 모두 거부하는 등 소론의 편을 들었다. 또한 그는 서명응, 서명선 등 소론 인물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노론의 주요한 요청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노론은 세자에게 큰 불만을 갖게 됐고, 사도세자에 일어난 비극을 조장한 것도 노론이라는 주장이다.
한 역사 연구가는 이에 대해 “사도세자에 관련해 명확하게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그만큼 사도세자는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민감한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 “드라마에 대해 사석에서 역사 전문가들끼리 얘기하기는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저 픽션이라고 생각하고 보는 정도”라며 말을 아꼈다. 이처럼 역사학자 사이에서도 뜨거운 감자인 사도세자를 과감하게 재해석한 ‘비밀의 문’에 대해 역사학계도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의견이 분분한 ‘비밀의 문’은 앞으로 영조와 노론, 소론, 그리고 이 태풍의 가운데에 놓인 사도세자가 친구 신흥복(서준영 분)의 죽음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실존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