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사건들 가운데, 2005년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은 손가락 안에 꼽을 일이었다. ‘줄기세포는 없다’는 말은 많은 이들에게 좌절과 분노를 안겼다. 당시 ‘PD수첩’은 그 진실을 폭로한 장본인이었다.
영화 ‘제보자’는 이 희대의 사건을 스크린에 옮겼다. 배우 박해일과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13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임순례 감독이 시사프로그램 윤민철 PD(박해일)의 시각으로 이 이야기의 초점을 맞췄다. 사건을 파헤치는 민철에게 결정적 제보를 전하는 연구원 심민호는 배우 유연석이 맡았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인물 이장환 박사는 배우 이경영이 연기했다.
소재와 주제는 무겁다. 영화는 ‘진실이냐, 국익이냐’를 놓고 관객이 어떤 선택이 옳은지를 판단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당연히 진실이 맞는 선택이지만, 그 선택에 이르기까지는 쉽지 않은 난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민철이 맞닥뜨린 상황이 그려지는데, 방송사 간부는 “국민이 그렇게 믿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취재를 하지 말고 방송을 포기하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민철은 불굴의 의지로 진실을 캐낸다.
임 감독은 “언론의 자유, 우리 사회의 진실을 파헤치는 한 언론인의 집요한 투쟁, 그것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고 연출의 변을 밝혔는데, 영화에는 그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보이는 것만 믿는 대중과 이를 이용하려 한 이장환 박사, 이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윤민철 PD. 윤 PD는 방송사 고위간부 등 모든 이들과 핑퐁 게임을 하듯 긴장감 있게 사건을 풀어나간다. 결과는 모두가 다 알고 있지만 흥미롭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집중하게 한다.
‘제보자’는 과거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줄기세포 스캔들을 모티브로, “실제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고 선을 긋고 다른 방식으로 풀어가려 하지만 과거와 같은 지점이 있다. 현실과 허구 사이에서 아슬아슬 길을 걸어가려 한다. 누군가는 속았다는 생각에 다시 분노가 일 것이고, 또 다른 이는 줄기세포 개발 안된 사실이 안타까워 아쉬운 마음이 더 클 것이다. 관객의 흥미를 돋우는 영리한 영화일 수도 있으나, 대단한 걸 기대했다면 실망하기 쉽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특별하진 않다.
박해일, 이경영, 유연석 등 배우들의 연기는 몰입감을 높인다. 임 감독은 특히 연민의 감정으로 이장환 박사에게 몰입했다. 카메라는 후회하는 그를 비춘다. “너무 멀리 왔다. 멈췄어야 했는데…”라고 하는 이장환 박사 . 임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면죄부를 주려한 건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든다면 이경영씨가 연기를 잘해서 그런 것”이라고 했지만,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114분. 12세 관람가. 10월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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