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줄도 몰랐던 배우 이지아와의 이혼부터 그를 둘러싼 논란은 여러가지. 16세 연하인 아내 이은성은 최근 출산까지 했다. 음악인 서태지로서가 아닌, 연예인 서태지로 보면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기에 딱 좋은 대상이다. 그런 그가 '국민MC' 유재석과 만담을 나눈다니 기대가 컸다.
그런데 이날 '해피투게더3' 시청률은 전주보다 4%포인트 하락(닐슨코리아 기준)했다. '서태지 효과가 없었다'는 일부 주장이 나올만 하다. 모든 게 숫자로 평가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억울할 수 있지만 통계는 객관적 지표로 여겨진다. 음악성을 떠나 음원차트 순위를 중요시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단순히 시청률만을 두고 그의 영향력을 논하기 어렵다. 시청률은 날씨·시기·스포츠이벤트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 수치는 하락했을지라도 '해피투게더3'의 시청률은 여전히 동시간대 1위였다. 아마도 '해피투게더3' 시청자보다 그가 방송에서 내뱉은 말을 옮겨적은 기사를 본 네티즌 수가 훨씬 많을 지도 모른다.
역시나 시끌시끌하다. 그가 나오는 방송을 봤든 보지 않았든 사람들은 최소한 서태지가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를 아예 몰랐던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토록 난리인가 싶어 알아봤을 테다. 그를 죽도록 싫어하는 사람들은 정보의 홍수 속, 원하지 않더라도 지겹도록 서태지와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 봐야할 때다. 마치 욕하면서 보게 되는 '막장 드라마'처럼 말이다.
우리네 정서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있다.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을 이르는 말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한자성어도 있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아무리 미워했어도 무장해제한 적까지 잔혹하게 베어버릴 사람은 많지 않다. 애정이 있었기에 미움도 컸던 것이다.
그는 방송에서 꽤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대부분 꺼내 놓았다. 예전 자신을 '황제병' 환자로 칭하고, '감금의 아이콘'이라는 현재의 인터넷 댓글은 좀 가슴 아프다는 고백은 진솔해 보였다. 다만 이를 끄집어낸 건 '해피투게더'였고, 서태지는 모든 부분에 완벽히 답하지는 않았다. 전(前) 부인 이지아와 관련해 제대로 알리지 못한 점을 사과하면서 적당히 끊을 건 끊고, 축약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방송 직후 적잖은 네티즌이 '이제 그만하면 됐다'는 분위기로 돌아서는 조짐도 보인다. 한 마디로 서태지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느냐는 주장이다. 그는 범법자도 아니고, 패륜아도 아니다. 그의 달라진 모습에 대중도 마음을 열고 한 발짝 다가선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태지의 '해피투게더' 출연은 득이 컸다. 서태지나 제작진이나 '해피 투게더' 했다.
음악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들려줄 예정이다. 그의 신뢰와 진정성은 한 번 더 다듬어지리라 예상된다. 아이유, 유재석, 유희열이라는 대중의 호감도가 높은 매개체를 고른 그의 영리한 선택일 수 있지만 그 역시 사람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겠다는 데 탓할 일은 아니다.
단, 굳이 딴지를 걸자면 서태지가 '만약 새 앨범을 내놓지 않았다면 그가 과연 이러한 친(親) 대중적 행보를 했겠느냐'는 일각의 비판은 반박하기 어렵다. 그를 먼저 섭외하는데 성공, 일종의 '특권'을 누린 방송 제작진은 그에 대한 배려를 할 수밖에 없다. 서태지에게 유리한 조건인 셈이다.
이제 남은 건 하나. 그가 오롯이 음악 팬들과 만날 일이다. 온전히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음악이 훌륭하다면, 대중은 '세상 속으로 들어온' 서태지를 더욱 반길 것이다. 더불어 음악 담당 기자들과 만날 일이다. 서태지는 오는 20일 서울 모처에 기자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는데, '해피투게더'에서 웬만한 인터뷰를 소화한 그에게 기자들이 새로 물어볼 질문이 많지 않아보인다. 유재석이 '차마' 하지 못한, 혹은 '해피투게더' 제작진이 편집했을 수도 있는, 그가 듣기 싫어할 수위 높은 질문을 서태지는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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