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eye for an eye). 누군가는 상대를 알기 위한 공감의 표현이라고 하나 복수를 뜻하는 구절로 더 많이, 더 쉽게 쓰인다. 이 구절은 영화 ‘웨스턴 리벤지’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를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덴마크에서 미국으로 떠나 정착한 존(매즈 미켈슨)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7년 만에 만난다. 미국에서 온전히 새로운 삶을 누릴 꿈에 부풀어있지만, 이내 범죄 집단에 유린당한다. 아내와 아들을 잃게 된 존. 그는 이들을 끝까지 쫓아가 아내와 아들의 복수를 한다.
하지만 존의 손에 죽은 이는 범죄 집단의 우두머리 델라루(제프리 딘 모건)의 동생이었다. 델라루는 동생을 죽인 이를 찾아 나서고, 이내 존과 맞닥뜨린다. 여기에 존에 의해 남편을 잃었지만 비밀을 간직하고 있던 마델린(에바 그린)까지 엮이며, 이야기는 풍성해진다.
‘웨스턴 리벤지’는 초반부터 분노를 일게 한다. 여자와 아이를 강간하고 살해하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또 델라루는 동생을 죽인 이를 찾아내라며 무고한 마을 사람들을 살해하는 등 무자비하게 행동한다.
관객을 분노에 빠뜨리지만, 감독은 모든 것에 무심한 듯하면서도 조용하고 황량한 느낌의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묘한 분위기를 전한다. 감정의 과함이 없는 존의 복수는 그 분위기를 따라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관객의 감성에 녹아든다.
가족을 모두 잃은 슬픔과 분노의 감정으로 복수에 나서는 매즈 미켈슨의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라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영화 ‘더 헌트’로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매즈 미켈슨의 또 다른 모습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또 마델린 역의 에바 그린은 대사 한마디 없이 시선을 사로잡는 법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보여준다. 캐릭터보는 맛이 남다른 작품이다.
덴마크 출신의 크리스티안 레브링 감독이 연출하고, 덴마크 출신의 매즈 미켈슨이 미국으로 이주한 인물로 등장하는데, 새로운 형식의 서부극으로 느껴지는 이유라 할 수 있다. 92분.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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