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수목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이하 ‘내그녀’)는 역시나 해피엔딩이었다. 죽은 옛 여자 친구를 잊지 못하는 한 남자가 그의 여동생과 사랑에 빠지는 속도가 LTE급이었던 것만큼 매듭도 순식간에 지어졌다. 과거를 두고 속을 끓였던 두 사람의 갈등 역시 깨끗하게 해결됐고 멜로드라마가 늘 보여준 행복한 결말을 예고했다. 식상한 전개를 벗지 못한 ‘내그녀’의 한계였다.
6일 오후 방송된 ‘내그녀’에서는 세나(크리스탈 분)가 현욱(정지훈 분)에게 쪽지 한 장만을 남겨둔 채 떠난 뒤 1년이 흐른 뒷얘기가 그려졌다. 현욱과 세나는 어렵사리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하고 아름다운 키스를 나눴다. 완벽한 결말이었다.
‘내그녀’는 비록 해피엔딩이었지만 그동안 작품에 쏟아진 시청자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정지훈, 크리스탈, 엘, 호야 등 팬덤 강한 아이돌을 캐스팅하며 기대를 높였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오글’거리는 상황이 연출됐고 출연진의 연기 호흡 역시 기대 이하로 빚어지며 아쉬움을 샀던 것. 또한 20대 이후 연령대의 시청자는 공감하지 못할 대사와 극 전개로 안방극장은 물론 팬심마저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내그녀’의 부진은 첫 방송 직후부터 감지됐다. ‘유치하다’라는 반응이 쏟아져 나오며 아이돌 군단 효과를 톡톡히 누리지 못했던 게 특히 눈에 띄었다. 이유는 1990년대 드라마를 보는 듯한 뻔한 전개와 캐릭터 설정, 인터넷 연애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대사체에도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 등이 불균형을 이뤘기 때문이다. 극 중 현욱은 젊은 나이에 부와 명예, 외모까지 모두 갖췄지만 옛사랑의 기억을 지우지 못한 채 피폐하게 사는 로맨스물의 전형적인 남자주인공으로 그려졌고, 그와 운명적 사랑에 빠지는 세나는 여지없는 ‘캔디’ 캐릭터였다. 여기에 톱아이돌 가수와 삼각관계부터 욕심 많은 여자 톱스타의 훼방,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의 외사랑 등 얽히고 설킨 관계 역시 로맨스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구도였다. 그러나 리얼리티에 눈뜨지 못한 연령대가 시청 대상의 한계라는 게 문제였다.
이후 방송분들도 그리 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현욱을 질투하는 라이벌 프로듀서 서재영(김진우 분)의 음모, 중간중간 감초처럼 등장하는 조연들까지,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흐르는 전개는 오히려 심심할 정도였다.
물론 이를 두고 ‘재미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작품성이나 캐릭터 설정, 연출력에 대한 칭찬이라기 보다는 ‘내그녀’를 단순히 눈요기용으로 인정한 의견들이 대부분이었다. 훌륭한 스타 캐스팅, 주목을 끌만한 로맨스 소재, 음악 산업을 배경으로 해 뮤직 드라마로서 재미를 줄 가능성 등 장점은 충분했지만 십분 활용하지 못한 제작진의 실수가 못내 아쉬
한편 ‘내그녀’ 후속으로 이종석, 박신혜 주연의 ‘피노키오’가 오는 12일부터 방송된다. ‘피노키오’는 20대 수습기자들의 고군분투기와 로맨스를 그릴 예정이며 지난해 흥행작이었던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조수원 PD와 박혜련 작가가 재결합한 작품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