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곽혜미 기자 |
[MBN스타 여수정 기자] ‘진짜’가 돌아왔으니 반기자. 2013년 영화 ‘감시자들’을 비롯해 ‘스파이’ ‘소원’으로 다작배우에 등극했던 설경구가 ‘나의 독재자’로 2014년 스크린을 찾았다. 전작을 통해 관객들을 들었다놨다한 그의 귀환이라 기꺼이 환영할 수밖에 없다.
‘나의 독재자’에서 설경구가 맡은 배역은 무명배우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 성근이다. 남북정상회담 리허설 당시 김일성의 대역으로 열연한 성근 표현을 위해 그는 노력에 노력을 더했다. 체중증가를 시작으로 말투와 행동, 걸음걸이 등 완벽한 듯 어설프게 남아 성근을 표현해냈다. 특히 진짜 김일성이 아닌 김일성 인 척 하는 역할이기에 연기에 있어 어려울 법도 했지만, 믿고 보는 배우답게 설경구는 제대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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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맡은 성근이 김일성 대역이라는 상황에서 빠지냐, 못 빠지냐가 중요했고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 결과 못 빠져나온 게 아니라 의지로 안 빠져나온 것 같더라. 과거의 첫 연극에서 아들에게 실망감을 안겼기에 시간이 흘렀음에도 눈을 보면 무너질까봐 성근은 아들 태수의 눈을 못 본다. 완벽한 연극 선사를 위해 여전히 배역 몰입에서 안 빠져나온 것 같다. 성근은 일상을 연극이라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연극이 없어졌다는 건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이고 이는 외로운 섬 같은 아버지인 것이다.”
“무뚝뚝한 성근처럼 내 아버지는 살갑지 않다. 나 역시 말이 없고 싹싹하지 않다. 그 피가 어디 가겠냐. (웃음) 아버지 또래의 어른들을 많이 생각했다. 간접적으로나마 여러 시대를 힘들게 산 어버지의 모습을 그리려고 노력했다. 성근을 앞에 내놨을 뿐 본질적으로는 자신보단 자식을 아끼는, 큰 짐을 짊어진 아버지를 표현한 것이다.”
본인 역시 성근과 마찬가지로 김일성을 연기해야 되기에 더욱 맡은 배역이 매력적이었다던 설경구는 이 시대의 아버지를 표현해냈다. 그 중심에는 완벽한 연기도 뒷받침됐지만 ‘특수 분장’도 한몫했다. 분노하거나 오열하거나 등 표정연기를 위해 분장한 얼굴을 자유자재로 움직여도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실제 설경구의 얼굴같다.
“얼굴을 분장했기에 조심하면서 연기하면 더욱 위축될 것 같아 정말 막 연기했다. (웃음) 분장한 얼굴에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조금만 틈이 벌어져도 잠깐의 보수로 촬영은 능하지만 얼마 못 간다. 때문에 분장하나가 잘못 됐을 경우 그날 촬영도 끝난다. 분장팀은 조심조심했지만 난 연기 표현을 위해 표정도 세게 짓고 무조선 세게 막 했다. 그래서 분장팀이 초조했을 것이다. 나 때문에. (웃음) 사실 나보다 먼저 ‘은교’를 통해 노인 분장을 경험한 상대배우 박해일 덕분에 난 수월했다. 당시 10시간이 걸렸던 분장을 난 5시간 만에 끝냈다. 내 분장 때문에 해일이가 많이 배려해줬다.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촬영 현장, 시간 때문에 연기 리듬이 깨질 수 있었음에도 참고 날 먼저 배려해줘 미안하면서도 위안이 됐다.”
↑ 사진=곽혜미 기자 |
“박해일이 아니면 난 시작도 못 했을 것이다. ‘나의 독재자’의 중심에는 그가 있고, 그가 영화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칙칙한 1막을 떠나 2막의 환기에 박해일이 있다. 그의 재능이 작품을 쥐락펴락했다. 함께 촬영하면서도 박해일이라 영화가 가능했구나를 느끼곤 했다. 거기에 10시간 특수 분장도 버틴 박해일이 있기에 난 5시간의 분장 시간에 투정을 부릴 수 없었다. (웃음)
‘나의 독재자’는 여러모로 특별하다. 남북정상회담 리허설 당시 김일성의 대역 존재와 첫 부자연기를 선보이는 설경구 박해일, 특수 분장으로 필모그래피 상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얻게 된 설경구, 능청스러움에 물오른 박해일, 신선함으로 시작해 감동 안기는 마지막, 자식에게만은 완벽하고 싶은 우리 시대의 아버지 마음 전달 등 한 편안에 다양한 메시지가 한데 어우러져 돋보인다.
“영화 속 엔딩은 성근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순간이다. 긴 세월동안 공연 마무리를 위해 살아온 성근이기에 마지막 오계장(윤제문 분)의 제안에도 담담했을 것이다. 촬영 당시에도 이 장면이 가장 중요했기에 신경 쓰이고 예민하고 날카로웠다. 이 부분이 망가지면 성근의 공연이 망가지고, 이는 결국 ‘나의 독재자’가 흔들린다는 걸 의미하니까 말이다.”
설경구의 말대로 ‘나의 독재자’ 속 공연하는 성근의 엔딩은 한 장면만으로 모든 걸 표현해낸다. 오랜 기다림 끝 드디어 공연에 막을 올린 성근의 기쁨과 아들 앞에서 최고가 된 순간, 아버지의 성공을 지켜본 아들의 순간 덕분에 감격스럽고 놀라운 부성애로
“‘나의 독재자’는 부자간의 이야기를 색다르게 담아냈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김일성 대역과, 1970년대와 1990년대의 시대적 상황, 부자간의 이야기에 역사를 넣었다는 신선함, 배우론과 배우의 길에 대한 소재 등이 매력적이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