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한 남자의 이유있는 핏빛 복수로 관객을 만난 바 있는 영화감독 이돈구가 신작 ‘현기증’으로 돌아왔다. 앞서 ‘가시꽃’은 박찬욱, 김기덕 감독 작품의 뒤를 이을 잔혹미학이라는 호평으로 영화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현기증’에 더욱 관심이 가고 있다.
‘현기증’은 가족의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다룬 영화다. 배우 김영애와 도지원, 송일국, 김소은 등이 가족으로 호흡을 맞췄다. 모녀로 분한 김영애, 도지원의 때 아닌 오열 연기 대결이 감탄을 안기며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만든다.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력을 선보이는 배우의 등장도 눈에 들어오지만, 무엇보다 이돈구 감독의 연출력은 이번에도 완벽하다. 그 놈의 ‘현기증’ 때문에 행복했던 가족의 비극이 시작되며 깊어진다. 단순한 증상을 사건 발생의 소재로 삼은 기발함도 돋보이지만, 94분의 러닝타임동안 가족의 불편한 비극을 지켜보게 만드는 긴장감이 좋다.
↑ 사진=포스터 |
특히 ‘가시꽃’ 이성공과 ‘현기증’ 순임은 묘하게 닮았다. 두 인물 모두 외롭고 구슬퍼 보인다. 이성공은 사랑하는 장미를 위해 복수를 시작하지만, 이는 사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행동이다. 늘 가슴속에 죄책감을 안고 우연히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과거의 상처와 죄책감 때문에 행복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순임 역시 모든 사건의 시작은 사랑이다. 딸과 손자에 대한 사랑과 현기증의 충돌로 가족의 비극이 시작된다. 그녀 역시 죄책감을 안고 살며 급기야 가족과의 소통도 멈췄다.
‘가시꽃’만큼 잔혹하진 않지만 ‘현기증’은 사건의 시작이 가족이라는 점과 끝없는 악몽, 비극의 연속이 치명적이게 강렬하다.
한편 ‘현기증’은 지난 6일 개봉해 1840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하고 있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