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남규홍 PD의 새 파일럿 프로그램 ‘일대일-무릎과 무릎사이’가 베일을 벗었다. 첫회 호스트는 서장훈과 강풀이었다. 처음 두 사람의 만남이 발표됐을 당시 동갑내기라는 점만 빼고 아무런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기에 ‘뜬금포’ 아니냐는 우려도 쏟아졌지만 첫 회 방송에서는 이들의 묘한 ‘케미(케미스트리 준말)’를 그려내며 이런 시선을 깨끗이 씻어버렸다. 괴수 조합의 호흡은 이마를 탁 칠 만큼 재미를 줬다.
12일 오후 방송된 ‘일대일’에서는 서장훈과 강풀이 ‘일대일 궁’이라는 인위적 공간에서 정상회담, 만찬 등을 거치며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전파를 탔다. 스포츠를 모르는 강풀과 그의 만화를 읽어본 적 없는 서장훈이 어색한 첫 만남에서 진정한 친구가 되기까지 다양한 에피소드가 쏟아졌다.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의 만남은 강풀의 한 마디로 연결고리가 생겼다. 그는 서장훈에게 “동갑인데 참 묘한 것 같다. 서장훈은 정상을 밟고 은퇴해 한 계단 내려왔고 30년간 해오던 일이 아닌 다른 일에 도전해야하는 상황에 서 있다. 친구지만 동시에 내 미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또한 서장훈의 이혼을 전혀 몰랐다며 “세상은 그 사람의 업적이나 걸어온 길보다 최근 터진 가십만을 기억하고 그걸로 평가한다. 이혼, 방송인 등이 아닌 농구계 전설로서 서장훈이 꼭 한번은 조명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진심으로 ‘농구 괴수’의 마음을 열었다.
한번 문을 여니 두 사람 사이엔 수많은 말이 홍수 터지듯 오갔다. 서장훈은 술자리에서 강풀에게 “정치색이 아주 강한 작가”라고 평가했고, 강풀은 “내가 제일 잘한 게 ‘26년’을 그린 것”이라고 답했다. 강풀의 히트 웹툰 ‘26년’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돼 2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 사진=SBS 방송 캡처 |
강풀은 서장훈이 “그럼 자신이 그런 성향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건가”라고 묻자 “아니다. 나는 아내에게도 이야기하지만 내가 좌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떻게 보면 보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가운데 있는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서장훈이 “공인은 정치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라고 충고하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안 한다면 즐겁지 않다. 정치적으로 반대일지라도 내 만화를 보면 재미있어 할 것”이라며 강한 소신을 표현했다. 서장훈의 말처럼 조심스러운 부분이었지만 마치 술자리에서 얘기가 오가듯 편안하게 말문을 터 보는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면서도 불편하지 않았던 대목이었다.
이처럼 ‘일대일’은 대화 내용이 점점 깊어지는 단계별 구성으로 시청자가 두 사람의 인생을 어렵지 않게 들여다보게끔 했다. 또한 어색한 첫 만남에서 동갑내기 친구로, 자신의 속마음을 얘기할 수 있는 술친구로 자연스럽게 관계가 발전되는 과정도 이 프로그램만의 독특한 볼거리였다. 서로 잘 모르고 방송에서 비교적 노출이 적었던 강풀과 서장훈이었기에 이런 재미는 한층 더 배가됐다. 프로그램의 포문을 연 첫 호스트로서 제격이었다
한편 ‘일대일’은 ‘짝’ ‘인터뷰게임’ 등을 연출한 남규홍 PD의 새 예능 프로그램으로, 우리 시대 특별한 두 사람이 만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탐구하는 교양 프로그램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