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과거가 찾아왔다. 역설적이지만 그렇다. 뮤지션 유희열이 7년 만에 발표한 토이의 정규 7집 ‘다 카포(Da Capo)’ 이야기다. 유희열은 20년 활동을 정리함과 동시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반복될 미래를 조망하려는 뜻을 담아 앨범을 만들었다.
유희열은 13일 서울 신사동 M콘서트홀에서 토이의 정규 7집 앨범 ‘다 카포(Da Capo)’ 음악감상회를 열었다. 그는 이날 “음악을 처음 하던 순간의 설렘을 되찾고 싶은 마음에서 ‘다 카포’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밝혔다.
이어 “트랙리스트 순서는 흐름을 고민한 결과”라며 “상업적으로 중요한 곡을 앞부분에 몰아넣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라디오 DJ의 선곡처럼 곡의 흐름에 따라 트랙리스트 순서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음악감상회는 순차적인 트랙 소개로 이어졌다. 1번 트랙에는 연주곡 ‘아무도 모른다’를 수록했다. 단순한 리듬 속에 아주 조금씩 변하는 피아노의 화음이 마음에 울림을 전한다.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변화’ ‘잃어간다는 것에 대한 막막함’에 대해 이야기한 곡이다.
2번 트랙은 가수 이적이 부른 ‘리셋(Reset)’. 유희열은 “이 곡을 쓸 때부터 본격적인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힘찬 반주와 리듬 속에 최근 자신의 모습을 가사로 표현했다. 이적의 묵직한 목소리가 반주를 뚫고 나와 귀를 사로잡는다.
그는 최근 ‘유희열의 스케치북’ ‘K팝스타’ 등을 통해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고 있다. 5집 ‘페르마타’를 발표할 당시에는 심야 라디오 DJ를 맡으며 대중과 접촉했다.
유희열은 “5집 때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 후 6집 ‘땡큐’를 발표했는데 7집이 나오기까지 정말 오래 쉬게 될 줄 몰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토이뮤직’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었던 친구가 당시 세상을 떠났다. 충격이었다. 6집은 ‘더 이상 음악을 안 하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여자가수의 참여도 눈에 띈다. 악동뮤지션의 이수현은 ‘굿바이 선, 굿바이 문(Goodbye Sun, Goodbye Moon)’을 불렀다.
유희열은 “‘굿바이 선, 굿바이 문’ 작업은 윤상 작업실에서 했다. 부제는 ‘서울 천사의 시’라고 지었는데 윤상 씨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더라. 내 생각과 너무 달라 작사가 이규호에게 가사를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매니저가 악동뮤지션 이수현은 매니저의 추천으로 낙점된 가수다. 유희열은 “‘K팝스타’를 통해 인연을 맺은 YG 양현석 사장에게 이수현 양의 도움을 부탁했다”며 “거절당할 거라 생각했는데 흔쾌히 허락해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 곡은 80년대 레트로 팝 형태의 곡이다. 6집 ‘뜨거운 안녕’를 심화한 곡으로 아날로그 악기로 작업해 80년대 레트로 팝 느낌을 더했다.
‘피아니시모’는 가수 김예림이 참여했다. 연주곡 ‘피아노’에 살을 붙여 만든 게 ‘피아니시모’다. 두 곡은 8, 9번 트랙에 위치했다. 자매곡인 셈이다.
‘그녀가 말했다’는 가수 권진아가 불러 힘을 보탰다. 가수 선우정아는 ‘언제나 타인’에 참여했다. 특히 ‘언제나 타인’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유희열은 “성인들의 사랑, 결핍된 사랑 혹은 불륜, 상처받은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쓰고 싶었다”며 “60~70년대 B급 에로영화 주제곡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처음 나왔던 가사가 너무 야했다. 정아 씨가 민망해서 못 부를 정도였지만 나는 좋았다”고 고백해 웃음을 줬다.
이어 타이틀 곡 ‘세 사람’을 공개했다. 이 곡은 가수 성시경이 불렀다. 토이의 히트곡 ’좋은 사람‘의 후속편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밝은 멜로디 위에 슬픈 사랑 이야기가 흐른다. 가사가 한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배우 유연석이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성시경은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담배도 끊었다. 첫 녹음 후 10일간 금연한 뒤 다시 녹음했다.
유희열은 “토이표 발라드를 만들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토이표 발라드가 뭐냐’고 물었더니 ‘청춘드라마 같은 느낌’이라고 하더라. ‘세 사람’을 통해 내 음악의 정체성을 다시 찾았다”며 “요즘 곡들은 어감 위주의 가사가 많다. 스토리가 없다. 이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 시놉시스처럼 가사를 썼다”고 설명했다.
5번 트랙 ‘너의 바다에 머무네’는 가족들과 떠난 휴가에서 구상한 노래다. 술에 취해 불꽃놀이를 하며 뛰어노는 커플을 보고 영감을 떠올렸다. 유희열은 “나도 저랬던 순간이 있었다고 생각하자 감정이 폭발했다”고 밝혔다.
이 곡은 가수 김동률이 불렀다. 김동률은 다른 가수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유희열과의 호흡은 이례적이다. 유희열은 “김동률이 자기 일처럼 나서서 도와줘 고맙다”면서도 “이 곡이 아니면 안 부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김동률 작업실에서 녹음을 했는데 생각보다 노래를 못해 깜짝 놀랐다”고 밝혀 웃음을 줬다.
6, 7번 트랙은 파격적이다. 래퍼 빈지노와 다이나믹듀오가 참여했기 때문. 또 소울 R&B장르의 자이언티, 크러쉬도 협력했다. 유희열조차도 “논란의 두 곡”이라고 소개하며 “사실 나는 힙합에 대해 잘 모른다. 가수는 멜로디로 이야기하고, 래퍼들은 텍스트로 표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이점에 흥미를 가졌다. 어쿠스틱 풀 밴드와 마치 재즈에서 스캣을 하듯 랩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요즘 음악페스벌도 많고, 나도 신나는 음악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녹음에는 16시간이 걸렸다. 다이나믹듀오 개코는 “형, 우리 싫어하죠?”라고 문자를 보냈을 정도.
‘유앤아이(U&I)’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편안한 곡이다. 유희열은 “원래 내가 부르려고 했다. 크러쉬가 부르고 빈지노가 랩을 했는데 ‘약은 약사에게 노래는 가수에게’라는 말이 딱 맞다”며 “일명 ‘꼬불창법’이 듣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곡의 리듬은 프라이머리에게 부탁해 편곡했다. 기존의 토이 음악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노래인 만큼 느낌이 새롭다.
마지막 두 곡 ‘우리’와 ‘취한 밤’은 유희열이 직접 불렀다. 각각 애틋한 사연도 있다.
유희열은 “‘우리’라는 곡에 청춘을 담고 싶었다”며 “‘리셋’이라는 곡과 이 곡이 개인적인 상황이 담긴 곡이다. 편곡이 너무 어려웠는데 어떤 애플리케이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신재평 군이 영감을 얻어 편곡을 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만약 토이 콘서트를 한다면 이 곡을 무조건 마지막으로 부를 계획이다”고 밝혔다.
‘취한 밤’에는 고 신해철을 기리는 마음이 담겼다. 유희열은 “해철이 형의 (사망) 소식을 듣고 슬픔에 빠져 술을 잔뜩 마신 후 이 곡을 만들었다”며 “형은 떠났는데 난 그 감정으로 곡을 썼다. 세상이 참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형은 세상을 떠나면서도 내게 곡을 주고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철이 형이 진행하던 라디오 ‘음악도시’에 나를 불러줬다. 그를 통해 나를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며 “최근 내가 진행을 맡은 tvN ‘SNL코리아’를 통해 형을 게스트로 만났다. 예전 라디오 때와 뒤바뀐 상황이 참 웃겼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희열은 1번 트랙 ‘아무도 모른다’와 ‘취한 밤’에서 똑같은 악기를 사용했다. 처음과 끝을 ‘아무도 모른다’와 ‘아무도 없는 밤’이라고 맞추려
이전엔 유희열이 혼자 프로듀싱을 했다면 7집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유희열은 마지막으로 “요즘 음원 사이트에는 가수 이름만 나온다. 연주자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나는 크레딧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번 앨범에는 연주자, 음향 스태프 등 모든 관계자들의 사진을 수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