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52)은 한마디 한마디가 어록인 배우다. 이 배우의 연기 내공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그의 연기엔 삶이 있고, 철학이 있고, 진한 페이소스가 출렁인다.
13일 열린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 시상식에서 읊은 수상 소감도 화제다. 철학적이면서도 처절한 영화 대사 같았다.
올해로 34회째를 맞은 영평상이 서울 동작구 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엔 수상이 예정된 최민식, 천우희, 조여정, 박유천, 임지연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명량’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최민식에게 쏠리는 관심은 당연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이 자리가 가시방석이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과찬이고 송구스럽다”고 말문을 연 그는 “수치나 외형적으로 ‘명량’은 많은 걸 이뤘지만, 개인적으로는 부끄럽고 가슴 깊은 곳에 상처가 남은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배웠던 이순신 장군이라 호기롭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만큼 인간으로서, 군인으로서,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너무나 위대한 분 앞에서 처절히 무너져 내렸다”며 “그분의 무응답은 다시 한 번 나를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너무 시건방져진 나 자신을 되돌려보고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날 최우수 작품상은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영화제작전원사 제작)에 돌아갔다. 감독상은 영화 ‘경주’(률필름·인벤트스톤 제작)를 연출한 장률 감독이 영예를 안았다. 여우주연상은 이수진 감독의 영화 ‘한공주’의 천우희가 받았다.
천우희는 “이 상을 받기에는 나는 아직 부족하다. 영화가 주는 감동이 컸기 때문에 내가 상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는 신인다운 수상 소감을 전해 응원의 박수를 받았다.
남우조연상은 ‘변호인’의 곽도원이, 여우조연상은 ‘인간중독’의 조여정이 수상했다. ‘해무’의 박유천은 신인남우상을, ‘인간중독’의 임지연은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박유천은 “‘해무’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얻은 게 많은데 좋은 상까지 주셨다. ‘해무’ 이후 회사로 여러 가지 시놉을 많이 주시는데 꼭 영화를 하겠다고 욕심을 부려서 사무실이 고생하고 있다. 선배님 스태프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임지연 역시 “부족함이 많은 내게 이런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영화를 찍으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꼈다”며 “과분하지만 이렇게 주신 영광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낮은 자세에서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영평상
그밖에 ‘군도:민란의 시대’가 촬영상과 음악상을, ‘인간중독’이 여우조연상과 신인여우상을 품에 안았다.
영평상은 한국영화평론가협회에서 1980년부터 매년 그해의 우수한 영화 및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영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