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적자부인’ ‘빚투성이 왕비’ ‘오스트리아의 창녀’ 등의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프랑스 여왕 마리앙투아네트는 경제난에 휩싸인 프랑스를 직시하지 못한 채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단두대에서 처형을 당한 죽음 또한, 그의 사치를 참지 못한 백성들이 변혁을 바라고 일으킨 ‘혁명’의 결과로 치부됐다.
뮤지컬 ‘마리앙투아네트’는 마리앙투아네트의 화려함과 거리에서 떠돌며 ‘혁명’을 외치는 마그리드 아르노이라는 가상 인물의 배고픔을 상반된 구성으로 꾀했다. 화려한 드레스에 높게 올려 세운 가발, 형형색색 눈부신 황실과 누더기 옷에 빵 조차 먹지 못해 독기로 가득한 눈빛을 가진 걸인들의 모습은 다른 삶을 가진 두 여인의 삶을 극명하게 대조시켰다. 이에 마리앙투아네트의 사치스러움과 백성들의 배고픔을 생각하지 않는 태도, 환상에 젖은 철없는 말투는 더욱 도드라진다.
‘마리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화려한 것만 좇는 마리앙투아네트는 8년 간 말을 섞지 않은 추기경의 선물에도 요지부동하는 고집불통이기도 하며, 자신만의 동화 속 세상에 갇혀있다. 그런 그를 마음에 품은 악셀 폰 페르젠 백작(이하 페르젠)은 “당신은 환상 속에 살고 있어 위험하다”고 걱정을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법과 총이 있어 괜찮다고 말하는 마리앙투아네트에게 “때로는 말과 신념이 법과 총이 더 세다”는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이들의 상반된 그림은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으로 극에 달한다. 화려한 것에 사족을 못 쓰지만, 루이16세의 ‘절제’를 당부 받은 마리앙투아네트는 이를 단호하게 뿌리친다. 하지만 계략에 휩싸여, 벗지 못하는 누명을 쓰게 된다.
이는, 프랑스 시민들의 ‘폭도’로 이어진다. 부활절 미사를 위해 생 클루 궁전으로 행하는 루이16세 일가는 백성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바렌에서 체포당하는 데 이어 왕정까지 폐지되고 만다. 결국 마리앙투아네트 역시, 루이16세에 이어 단두대 행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마리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혁명이라는 무거운 역사를 담는다. 하지만, 감정적인 부분 역시 놓치지 않았다. 마리앙투아네트의 사치를 강조하기 위해 더해진 휘황찬란한 불빛은 단두대에 오르기 전 백발이 돼버린 마리앙투아네트의 모습을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특히, 아들에 대한 친권을 박탈당하고 딸에게 불러주는 마리앙투아네트의 노래는 가슴을 저미게 한다.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다니며, “현재를 즐길 거야”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그도 역시 ‘여자’였고, ‘어머니’ 였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뿐만 아니라, “더는 참지 않아, 이젠 보여줘야 해. 더 강한 힘을 우리의 모든 힘을”이라고 당당하게 부르짖는 마그리드의 외침은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며, 마리앙투아네트와 마드리드가 함께 부르는 노래와 ‘마리앙투아네트’라고 부르짖는 환상의 하모니는 마음속에 또 다른 울림을 전한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경멸에 찬 마그리드의 마음이 시들기 시작하며, 극의 긴장감이 궤도를 벗어나는 지점이다. 마그리드는 마리앙투아네트가 아빠가 불러줬던 ‘자장가’를 자녀들에게 불러주는 마리앙투아네트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며, 페르젠의 입에서 전해 듣게 되는 두 여인의 출생에 대한 비밀은 ‘막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또, 극이 진행될수록 인물들의 감정이 모호하게 표현 돼 마그리드의 주도해 일어난 ‘프랑스 혁명’이 진정한 변혁을
‘마리 앙투아네트’는 옥주현, 김소현, 윤공주, 차지연, 윤형렬, 카이, 전동석, 민영기 등이 출연하며 내년 2월1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