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권력을 둔 아비와 아들의 신경전은 날카로웠다. 탐욕적이고 세속에 찌든 왕에게 도전적인 세자는 장애였다. 게다가 모험심과 리더십까지 갖췄다면 피를 나눠도 위험한 존재였다.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은 영조와 이선의 이런 극적인 대결을 그려내며 ‘쫄깃’한 긴장감을 자아냈지만 정작 타이틀롤 이제훈의 아쉬운 연기력으로 제빛을 발하지 못했다.
24일 오후 방송된 ‘비밀의 문’에서는 이선(이제훈 분)이 영조(한석규 분)의 뜻을 어기고 평민을 대상으로 급제를 시행하는 개혁 과정이 그려졌다.
이선은 백성을 섬기는 마음으로 평민에게 급제를 허했다. 신분 혼란으로 쥐고 있던 권력을 놓칠까봐 노심초사한 노론과 영조는 군사를 동원하면서까지 이선을 막고자 했다. 또한 영조는 아들을 향해 “폐세자로 삼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호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선이 폐위되면 민정을 펼칠 수 없다고 생각한 체제공은 세자를 찾아가 “만약 동생이었다면 때려주고 싶다”며 한발 후퇴하기를 간곡하게 부탁했다. 세자가 폐위되면 모두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는 것. 여기에 장원급제한 평민들까지 관복을 돌려주며 이선의 폐위를 막고자 힘썼다. 결국 비운의 세자는 대의를 위해 이들을 포기했지만 쓰라린 눈물은 참을 수 없었다.
↑ 사진=SBS "비밀의 문" 방송 캡처 |
이처럼 ‘비밀의 문’은 아버지와 아들, 왕과 세자, 집권층과 신흥세력이란 묘한 구도를 형성하며 보는 이를 흡인할 만한 극적 장치를 충분히 마련했다. 문제는 배우였다.
제대 후 첫 복귀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제훈은 방송 전부터 크게 조명 받았지만 그만큼 힘을 쓰진 못한 모양새다. 시청률도 6%대를 오가며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연극 톤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자연스러운 연기와 발성, 한석규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 그의 연기력도 한몫했다. 이선의 복잡미묘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기엔 이제훈이 지닌 울림통은 거대했다. 딱딱한 말투와 복식 호흡은 안방극장에서 마주하기에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비밀의 문’은 굉장히 세련되진 않았지만 근래 평일 미니시리즈에서 보기 어렵게 짜임새 있는 작품이었다. 여기에 한석규와 호흡은 굉장한 무기였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