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인터스텔라’의 광풍이 여전한 가운데, 한국영화는 연일 부진의 늪이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설경구·박해일 주연의 ‘나의 독재자들’은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누적관객 38만5000여명(이하 28일 영진위 기준)으로 곧 전국의 모든 극장에서 퇴장할 예정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다뤄 사회적 문제를 꼬집은 ‘제2의 도가니’와 같은 반응을 일으키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받았던 ‘카트’도 아직 100만 관객에 도달하지 못하고, 73만여 명 선에 머물러 있다.
오랜만에 영화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 문정희와 찌질하고 코믹하게 변신한 김상경의 부부 호흡이 눈길을 끌었던 ‘아빠를 빌려 드립니다’(14만여명)도, 웹툰을 영화화해 독특한 시도를 한 ‘패션왕’(59만여명)도, 각종 해외영화제 수상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봄’(1만3000여명)도 박스오피스 순위권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
‘명량’과 ‘해적’의 흥행으로 한창 분위기 좋았던 한국영화들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213만여명) 이후 이렇다 할 흥행 작품이 없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장진 감독의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96만여 명에서 멈췄다.
빈틈은 외화들이 차지했다. 바람피운 남편에게 복수하는 아내의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한국의 ‘막장드라마’ 같은 인상을 줬던 ‘나를 찾아줘’가 관심을 받았고, ‘퓨리’와 ‘헝거게임: 모킹제이’ 등 최근 개봉한 외화도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현재 ‘나를 찾아줘’는 173만여 명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극장을 떠나는 분위기고, ‘퓨리’는 70만여 명, ‘헝거게임: 모킹제이’는 63만 여명으로 흥행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는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려는 관객의 욕구는 아이들과 함께 봐야만 하는 영화가 됐다. 또 부성애 등의 설정이 한국 관객 성향과 맞는다는 평도 있다. 740만여 명이 봤다. 여전히 ‘인터스텔라’ IMAX관은 시간대와 좌석을 불문하고 거의 매진 사례다.
한국영화는 올해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이용해 관객을 찾고 있지만, 통하지 않아 아쉬움을 전하고 있다. 앞서 배우 정우성이 파격을 넘은 노출로 정사신(‘마담뺑덕’, 47만여명)을 펼쳤으나 흥행에 참패했다. 드라마 ‘연애의 발견’으로 상큼함을 전해줬던 정유미(‘맨홀’, 13만여명)도 실패를 경험했다. 이보다 앞서 누아르 영화에 도전한 장진 감독도 ‘하이힐’(34만여명)을 붙잡고 울어야 했다. 장동건 역시 영화 제목처럼 ‘우는 남자’(60만여명)가 됐다.
물론 올해 한국영화는 ‘변호인’, ‘수상한 그녀’, ‘명량’, ‘해적’ 등이 꽤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현재의 잠잠한 한국영화 분위기를 깨울 작품이 다시 등장해야 할 시점이다.
다행히 26일 전야 개봉한 ‘빅매치’가 일일 박스오피스 2위에 랭크돼 그나마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주말 스코어에 따라 한국영화의 부진이 이어질지, 반등에 성공할지의 갈림길이다. ‘빅매치’가 ‘덕수리 5형제’(12월4일 개봉)와 ‘국제시장’(12월17일〃), ‘기술자들’(12월24일〃) 등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들에게도 희망을 전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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