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갈무리 |
2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고 신해철의 사망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고인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재분석했다. 미망인이 된 윤원희 씨를 비롯해 고인의 곁을 지켰던 매니저·의학 ·법학 전문가의 인터뷰가 더해졌다.
이미 알려진 이야기가 다수였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고 신해철의 의료사고 의혹을 취재하면서 몇 가지 충격적인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신해철 사건 외에도 S병원 측이 그간 벌여온 편법 혹은 만행에 대한 의혹이다. 또 왜 그러한 일이 가능했고, 얼마나 만연했는지에 대한 주장도 제기됐다. 경찰 조사 결과 '없다'는 수술 동영상도 "분명 있을 것"이라는 전 S병원 간호사의 제보도 나왔다.
◆ 확실히 짚고 넘어갈 점은 일단 S병원장이 신해철이 동의하지 않은 위 축소 수술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 부분은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신해철 측은 "S병원장이 '위 축소 수술 했다 말했다"는 것이고, S병원장은 "장유착박리술을 했을뿐, 위 축소수술은 하지 않았다. 다만 수술 과정에서 위벽이 약해진 것을 발견하고 이를 강화하는 수술을 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신해철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원 측은 "위 용적 수술(즉, 위를 접어 작게 하는 수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신해철의 매니저는 "수술이 끝나고 와서 (S병원장이 위를 축소하는 수술을 했다고) 자랑스럽게 자기가 얘기해 놓고는…. (해당 보도를 본 뒤)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기록에도 'S병원장이 5일 전 비만 수술을 했다는 전언이 있다"고 적혀 있다.
경찰이 압수 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는 8장의 수술 전후 사진뿐 동영상도 없고 진료기록도 미흡하다. 직접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다. 한정된 자료이나 8장의 사진만 놓고 본 전문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술 사진을 보면서) 이 모양만 봐서는 위 축소 수술이죠. 위벽이 약해진 자리가 없어요. 위 축소 수술 라인에서 꿰맨 것이 확실해요. (사진을 찍은 각도) 모양도 보면 위 축소 수술을 할 때 찍는 라인입니다." - 허윤석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부회장.
◆ 문제는 또 있다. S병원장이 만약 (신해철의 동의없이) 위 축소 수술을 했다면, 그 수술의 정확한 명칭은 '위 주름 성형술'이다. 위의 측면을 접어 꿰매 위의 크기를 줄이는 수술 방법이다. 그간 흔히 통칭돼 온 '위 축소 수술'이 아니다.
신해철 측 서상수 변호사는 "미국에서 이 수술은 이제 막 검증 단계에 들어간 방법이다. S병원장이 임상사례를 만들어낼 목적으로 수술을 하고 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외국학술지에서도 '환자에게 어떠한 영향이 있을지 아직 모른다.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장기적 모니터링과 비교적·전망적 실험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반면 S병원 측은 홈페이지에 이 수술을 소개하면서 '다른 비만 수술과 큰 차이가 없다'고 홍보했다.
과연 그러할까. 김용진 순천향대학교 외과 교수는 "현대 고도비만 수술에서 교과서 상으로 검증된 수술은 위 밴드, 위 절제술, 위 우회술, 십이지장치환술 이렇게 네 가지가 하나의 표준처럼 돼 있다. 신해철 씨가 받은 위 주름 성형술은 교과서에 못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의는 "(비만 치료를 위해) 보통 위 밴드 수술을 하는데, 이 사람(S병원 측)들은 이걸(위 소매 절제술) 하지 않고 '위 주름 성형술'을 했다고 하더라. 수술법 자체가 '옳다 그르다' 단정할 수 없지만 이건 흔히 하지 않는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 신해철의 사례처럼 S병원은 다수 연예인을 이용한 홍보 전략을 쓰고 있었다. 이를 믿었던 한 일반 환자들의 부작용 사례가 적지 않다. 이 즈음에서 더욱 심각한,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의혹이 하나 더 불거졌다.
S병원장에게 위밴드 수술을 받았다는 윤 모 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나중에 부작용을 인정하고 (S병원장이) 위 밴드 제거 수술을 다시 해줬다. 난 운이 좋았는지 한번에 풀었다. 하지만 수술이 끝나고 나니까 맹장을 말 없이 제거해버렸다. 예고 없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윤씨의 병원기록부에는 '충수돌기절제', 즉 맹장염 수술이라고 쓰여 있으며, 그도 이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전했다. 서류가 조작된 게 아니라면, S병원장은 환자에게 이 어려운 용어를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수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윤씨에게 위 밴드 제거를 권했던 다른 병원 의사는 제작진이 제시한 진료기록부를 보면서 "그는 맹장에 문제가 없었다. (위)밴드를 제거하려 온 사람에게 왜 맹장염 제거 수술로 기록이 돼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황당해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이를 두고 "신해철 측 주장과 닮아 있다"고 표현했다. 이어 S병원에서 근무했던 한 간호사의 제보를 들려줬다. 이 제보가 사실이라면 충격을 넘어 경악할 일이었다.
이 간호사는 "(S병원장이) 위 밴드 제거 수술을 하면서 멀쩡한 맹장을 떼는 것을 숱하게 봤다. 1년에 한 두번이 아니라 한 달에 몇 번씩이었다. 간호사들이 항상 그런 이야기를 했다. 언젠가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해철은 이번 수술과 별도로 S병원에서 2012년 위 밴드 제거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이 수술은 진료기록상 담낭을 제거한 수술로 돼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당시 신해철의 담낭에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것도 당시 그의 동의 없이 이뤄진 수술"이라고 밝혔다.
◆ 어떻게 왜, 이러한 석연치 않은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일까. 단지 우연일까. 비만수술로 명성을 떨치던 S병원에는 무슨 사연이 숨겨져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인터뷰에 나섰던 간호사는 "기록을 남겨서 보험(수가) 적용을 받으려 한 것이다. 염증이라고 하고 (장기를) 떼어버리면 그만이니까. 복강경 수술 자체는 보험이 안 되니까. 맹장이 있으면 맹장을 떼고, 맹장이 없는 사람이면 담낭을 뗐다"고 주장했다.
비만 수술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고가의 수술로 알려졌다. S병원장은 할인된 금액을 환자에게 제시하고, 그 할인된 차액 일부를 보험공단에서 충당이 되는 맹장이나 담낭을 떼는 수술로 보상받았다는 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의심이다.
하현종 SBS 의학전문기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최근 5년간 S병원의 맹장수술 기록을 조사해보니 52건 가운데 27건이 위 밴드 수술과 동시에 이뤄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이 부분을 조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하 기자는 "이중청구인지 아닌지를 밝히겠다는 거다. 과잉진료에 따른 급여청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수술이 있었다면 상당히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한탄했다.
◆ 의혹과 정황만 있을뿐 현재로서 명확한 증거는 없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 자료가 될 동영상을 경찰은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술시) 단 한 번도 동영상 촬영하지 않은 적이 없다. 복강경 수술은 무조건 영상을 찍는 것이 의무였다. 저장 버튼을 실수로 안 누를 때가 있지만 그렇다면 S병원장이 난리를 쳤다. 혹시나 나중에 다 증거가 될 수도 있는데 간호사가 그것도 하지 않고 뭐하느냐고 말이다”라는게 전 S병원 간호사의 주장이다.
고 신해철의 수술 전후 가슴 엑스레이 사진을 본 전문의들은 하나 같이 혀를 내둘렀다. "이 사진을 보고도 퇴원을 시킨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심장에 이상 징후가 보이는) 종격동염은 사망률 50% 이상이다. 저기 감염됐다고 한다면 '악' 소리 날 정도로 위험한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환자를 살릴 수 있었던 중요한 기회를 놓친 것이다. 발열과 통증을 연관시켜본다면 당연히 염증 확산을 의심했어야 한다. 의사도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그 실수가 연속됐다. (S병원장) 스스로 수술이 잘 됐다고 믿었으니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 수술 나흘 째 되던 날 신해철은 집 대신 음악 작업실에서 통증을 견디고 있었다. 아빠가 아파하는 표정을 아이들이 무서워했기 때문이란다. 매니저는 "마음대로 아프다고 소리도 못내니까 여기(작업실)가 편하다고, 아무도 없는데 가 있는게 편하다고 그러셨다"고 회고했다.
남편을 잃은 아내 윤원희 씨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같이 애도해주실 거라 그 정도까지 생각을 안 했었는데 정말 고마운 일들이 많았다. 감사해야 하는 시간이 모자라는것 같다"며 울먹였다.
윤씨는 "(신해철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는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걸었다. (그가 살아있다면) 욕을 먹으면서도 '100분 토론'에서 이 주제로 논하고 있는 게 가장 남편에게 어울렸을지 모르겠다. 억울하거나 힘들 수 있는 의료사고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계기로라도 남는다면 아마 그것으로 남편이 위안을 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자인 김상중은 "고인과 친분은 없다"며 "신해철 씨 편히 잠드시라는 인사는 잠시 접어두겠다. 가족들은 지금부터 더 긴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착잡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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