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여름과 겨울이면 풍성하게 열렸던 라디오 공개 방송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스키캠프’ ‘겨울캠프’ ‘여름캠프’ 등 다양한 문화행사들도 자취를 감췄다. 대체 그 많던 라디오 행사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라디오 왕국이 작아진 이유에는 무엇보다도 방송사들의 투자가 예전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 인터넷의 빠른 보급 등으로 시각적 매체가 급부상하면서 보는 방송 프로그램에 투자 비율이 높아지는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라디오 종사자들은 보는 라디오를 출시하며 트렌드에 발맞춰 가려고 했지만 방송사 수익 구조상 투자 대상에서 점점 열외될 수밖에 없었다.
한 지상파 라디오 관계자는 최근 MBN스타와 만난 자리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PD들이나 제작진들도 라디오의 부흥기였던 예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개방송이나 캠프 같은 행사들이 프로그램 홍보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지만 프로그램 제작비만으로도 빠듯한 주머니 실정이라 꿈도 꿀 수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한 “정말 의지 있는 제작진이 라디오 프로그램만을 위한 행사를 주최하려고 해도 장소 섭외부터 게스트 섭외, 무대 장치 마련 등 지출이 워낙 많아 TV매체를 끼고 협찬을 받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귀띔했다.
방송사의 투자 축소로 프로그램 제작마저 사기가 저하된다는 볼멘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 PD는 “아무래도 출연진 섭외나 코너 구성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내용보다는 안전장치로 가려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라며 “모험심 강한 젊은 PD들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으면 답답해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어찌 보면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다 비슷비슷하고 식상하다는 느낌도 이런 상황에 기인한 게 아닐까 싶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SBS 파워FM이 지난 9일 개최한 개국 18주년 축하 콘서트, 사진 제공=SBS |
라디오국의 불만을 방송사가 이제야 감지한 것일까. 다행히도 올해 접어들어 라디오 부흥에 관한 움직임들이 조금씩 포착되고 있다. KBS 조대현 사장이 지난달 열린 국회 KBS 국정감사에서 “부끄럽게도 KBS가 그동안 라디오 투자를 활발하게 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인정한 뒤 “앞으로 라디오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갈 생각”이라고 공언하는가 하면, MBC도 상암 신사옥 시대를 개막하며 골든마우스홀 등 공개방송에 이용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라디오국 숨통을 트이게 했던 것.
MBC 표준FM ‘허경환의 별이 빛나는 밤에’ 연출을 맡은 최우용 PD는 “그동안 제작비 때문에 장소, 출연 섭외나 방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