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가에는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은 흐리멍덩했다. 배우 이종석과 김영광은 애써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이종석은 질문을 캐치하지 못했다. 무슨 질문이었는지, 자신이 말을 잘하고 있는지 옆에 앉은 박신혜에게 수차례 물어야 했다. 김영광은 피곤해 보인다는 말에 “이런 피곤함은 처음”이라고까지 했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SBS 수목극 ‘피노키오’가 더 많은 관심 몰이를 하기 위해 3일 서울 양천 목동 SBS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다. 다행히 SBS 측 바람대로 포털사이트 대문을 장식, 네티즌과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배우들은 무척 피곤해 보였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에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대본과 현장 분위기도 대체로 만족해했다.
이종석은 “(촬영 때문에)바깥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라 인기가 실감 나지는 않는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도 함께했던 분들인데 B팀 촬영 감독님이 더 강력해져 돌아와 힘들어졌다”는 볼멘소리도 했지만, SNS와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가 좋아서인지 행복해 보였다. “이런 피곤함은 처음”이라고 한 김영광도 “그만큼 내 역할이 커졌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박신혜와 이유비도 자신의 캐릭터에 관해 이야기하며 즐거워했고, 극 중에서 안 좋은 모습으로 비치는 진경도 “내가 맡은 인물이 지금 우리 현실의 세태를 상징적으로 극대화하다 보니 욕먹는 만큼 시청자들이 사회적인 부분에 관심이 있다는 증거다. 그 때문에 욕을 먹어도 보람 있다”고 좋아했다. 간담회 중간중간 흐름이 끊기기도 했지만, 배우들은 ‘피노키오’를 향한 애정과 열정을 드러냈다.
간담회 시작 전 김영섭 SBS 드라마 본부장은 “이종석과 박신혜 같은 경우 고생하고 있다”며 “일주일에 5일 동안 찍고 있는데 2시간씩 자고 집에도 못 들어간다더라”고 했다. “응원해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도 고생하고 있으니 응원은 하겠지만, 매번 지적되는 고질적인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문제를 떠오르게 한다. 밤샘 촬영과 쪽대본 등이 없어져야 정상이고, 바뀌어야 하는데 유독 SBS에서는 변화의 미동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잠을 못 자는 건 고문과도 같은 시간이라는 걸 겪어본 이들은 안다. 배우들을 포함한 드라마 종사자들은 밤샘 촬영을 해도 흥행이 되고 시청률이 높아지면 일종의 기회비용이라 생각하고 감내해야 한다.
시청률이 높든 아니든 많은 드라마 현장에서는 여전히 밤샘 촬영이 이어진다. 배우들은 그에 상응하는 돈이라도 받고 살지만, 스태프들은 열정으로만 살아야 한다. 부족한 잠과 함께다. 고문과 행복은 함께 붙어가야만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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