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영화 ‘족구왕’(2013)에서 4차원 창호를 연기했던 강봉성. 지난달 20일 개봉된 영화 ‘못’에서는 180도 다른 연기를 선보였다. 앞선 작품들에서도 서로 다른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가능성을 보여줬던 강봉성이 이번에는 처절함과 두려움 가득한 눈빛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다.
‘못’은 네 명의 친구가 하나의 사건을 겪고 난 후 각자의 가슴에 말 못할 비밀을 안은 채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강봉성을 비롯해 호효훈, 이바울, 변준석이 출연했다. 이중 강봉성은 동생 경미의 죽음과 그로 인해 생긴 비밀의 상처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성필 역을 맡았다.
↑ 사진=김승진 기자 |
“오디션 공고가 올라와서 제 단편 영화 클립을 보냈어요. 감독님에게 캐스팅 된 이유를 물으니 제 눈이 슬퍼서라고 하셨어요. 성필 역에 그런 느낌을 원하셨다고요. 첫 장편 작품이기도 하고, 처음으로 주인공 입장에서 극을 이끌어가다 보니까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연기해야하는 부분이 있었죠.”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마음에 쏙 들었다고 했지만 성필이라는 역할의 심경을 이해했는지 의문이었다. 극중 성필은 여동생을 끔찍이 아끼는 다정한 모습과 악한 모습을 동시에 보여야 하는 인물이다. 처음 캐릭터를 잡아갈 때, 여간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초고에서는 성필이 더 악한 인물이었어요. 악한 행동을 하지만 악인으로만 느껴지게 연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죠. 친구들의 돈을 뺏고, 폭력적인 행동도 강했거든요. 현명과 대립되는 역할인 건우와도 실제 영화보다 더 좋지 않은 간계였고요.”
초고를 보고 그는 여동생 경미에 대한 사랑을 조금 더 부각시키길 원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연기하기 보다는 자기 나름대로의 해석을 통해 관객들에게 조금 더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캐릭터로 바꾸길 원했고, 그 생각을 감독에게 전한 끝에 지금의 성필이 탄생한 것이었다.
“인물이 단면적으로만 보일 것 같아서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어요. 감독님도 제 말에 동의하고, 이를 수용해서 인물을 바꿔가는 과정이 있었죠. 사실 저도 성필의 감정을 모두 이해하진 못했지만, 촬영하면서 점점 알아가게 됐어요. 경미에 대한 사랑이 우선이 되어야 성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더라고요. 안 그러면 성필은 그냥 사이코패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잖아요. 안 그런가요?(웃음)”
↑ 사진=영화 ‘못’ 스틸컷 |
영화는 연못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모든 사건이 연못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입수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특히나 강봉성은 다른 배우들보다 더 강력한 한 방을 선보였다. 옷을 여러 겹 껴입어도 시원치 않을 텐데, 알몸으로 못에 몸을 담갔다.
“아무래도 힘들었죠. 사실 시나리오에는 입수신이 없었거든요? 근데 촬영 준비하면서 감독님이 ‘물에 들어갈 거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것도 맨몸으로요. 낚인 거죠.(웃음) 촬영이 들어가기 전까지 설득을 하셨어요. 감독님의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어요. 그런데 앵글을 바꿔서 촬영을 해야 해서 총 3번을 촬영했거든요. 두 번째 입수에서 조금 후회가 되더라고요.(웃음)”
그에게 못에 들어가는 것만큼 힘들었던 것은 내면연기다. 성필의 사건을 이해하고 여동생을 잃은 것에 대한 상실감을 연기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캐릭터를 잡아가는 시점부터 촬영을 끝낸 후까지도 그 역할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 그였다.
“확실히 ‘족구왕’ 창호 역이 편하긴 했던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 힘든 건 없었거든요. 성필은 배우이기 이전에 사람 강봉성으로서 정말 힘들었어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몰입했어요. 매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데 촬영하다 8kg이 빠지더라니까요. 사실 현재를 먼저 찍고, 과거를 찍었거든요. 생기 있고 밝아 보여야 하는데 오히려 과거가 더 슬퍼 보이더라고요. 관리를 철저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연기가 끝난 이후에도 그 공허함이 컸어요. 한 달간 연기에 몰입했는데 그것들이 모두 사라져 버리니까 어디서 만족감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 사진=김승진 기자 |
평소 독서를 생활화 한다던 그는 이 시간을 책으로 버티기도 했다. 독서는 그에게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역시도 연기와 결부시켰다. 심지어 서점이 강봉성의 아지트가 될 정도로 말이다.
“시간이 남으면 항상 서점에 가요. 주로 인문학을 많이 읽는데, 꼭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기분이에요. 예전에 은사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인문학을 봐야 인물에 대해 알 수 있다고요. 어떤 역할을 이해해야 하는데, 나쁜 사람일지라도 배우는 ‘나쁘다’는 생각으로 그 역할을 바라보면 안 돼요. 왜 살인을 했는지, 왜 악행을 저지르거나, 불륜을 저질렀는지 알고 그를 이해하려고 해는 편이에요. 책을 읽는 것들이 캐릭터를 내 것으로 만드는데 도움을 주더라고요.”
강봉성은 최근 드라마에도 캐스팅됐다. 주로 독립영화에 출연하면서 가능성을 보였던 그에게 주어진 기회다. 그는 ‘겸손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겸손과 연기에 대한 욕심을 적절하게 겸비한 강봉성,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사실 상업영화에 출연하는 게 올해의 목표였는데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