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터키 방송인 에네스 카야의 불륜 광풍이 연예계에 불어 닥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유부남이면서도 총각 행세를 하며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는 여러 여성의 폭로가 터져 나오면서 언론은 에네스 카야에 집중했고 더불어 그의 아내 장모 씨에 관한 신상, 말 한마디에 귀 기울였다. 그러나 에네스 카야나 아내 모두 속시원히 입을 열지 않자 급기야 한 방송 프로그램이 이들 부부의 집까지 찾아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한 아내의 신상에 관한 여러 어뷰징 기사들도 쏟아졌다. 정말 사람들은 에네스 카야뿐만 아니라 그 아내에 대한 얘기까지 궁금했던 것일까. 아니면 ‘팩트는 임팩트’란 옐로우 저널리즘의 단면을 보여준 것일까.
에네스 카야 사건은 ‘불륜설’이라는 굉장한 ‘떡밥’으로 보도 초기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여러 글이 기사화되기 시작하더니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인터뷰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저마다 에네스 카야를 비난하며 ‘다른 피해자가 없길 바라며 그 아내가 불쌍해 고백하기로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일 수 있는 아내 장씨에게 초점이 집중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유명인인 에네스 카야처럼 일반인인 장씨에 관한 기사와 보도들이 홍수처럼 터졌고, 과거 방송 프로그램에 나왔던 사진부터 터키 신문을 인용해 지극히 사생활인 종교까지 지적하는 얘기들도 나왔다. 검색어에 오르자 이를 무차별적으로 베끼는 어뷰징 기사들은 몇 천 건에 이르렀다. 개종에 관한 비난이 쏟아졌고, 국제 결혼에 대한 원색적인 시선들도 이어졌다.
그러나 ‘일반인 사생활을 과도하게 벗겨내는 것이 정말 정당한 것인가’라는 점은 짚어볼 만했다. 단순히 검색어에 올라서, 혹은 ‘불륜설’에 휩싸인 남자의 아내라고 해서 집중 조명받는 이유가 단순히 ‘대중의 알 권리’ 때문이라면 이는 굉장히 불편한 상황 아닐까.
↑ 사진=SBS "한밤의 TV연예" 방송 캡처 |
11일 오후 방송된 SBS ‘피노키오’에서는 이런 보도 행태를 꼬집는 듯한 장면이 나왔다. 극 중 황색 보도로 기호상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송차옥(진경 분)이 “기사는 팩트가 아니라 임팩트”라며 “사람들은 좋은 면보다 남의 잘 안 되는 면을 좋아한다”고 강의했던 것. 한 방송국 보도부장이자 스타 기자인 그의 대사 속에서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보도의 단면이 그대로 녹아있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누구나 심리적으로 남의 약점을 엿보는 재미에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사 방향도 이런 것에 부응해야 할 것인가. 생각해볼 문제다.
같은 맥락에서 에네스 카야 아내에 대한 보도 역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가 받을 고통, 상처를 차치하고서라도 ‘정말 대중이 궁금해 하는 것인가, 사건의 본질인가’라는 점에서 대답은 ‘NO’이기 때문이다.
이날 장씨라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의 심경글이 올라와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그의 블로그라며 많은 언론에서 ‘에네스 카야 사건, 아내가 입을 열었다’는 기사들이 쏟아졌지만, 정말 이 글이 장씨가 작성한 게 맞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팩트’보다 ‘임팩트’에 무게가 실린 현실에 씁쓸한 뒷맛이 남았다.
팩트 보다 임팩트, 그 충격에 피 흘리는 제3의 피해자도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