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악녀 연기요? 할 땐 오히려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요.”
최근 아침드라마계 ‘제2의 연민정’으로 사랑받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SBS 아침드라마 ‘청담동 스캔들’ 속 가짜 재벌2세 행세를 하고 다니는 주영인. 자신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으며 기가 찰 악행들만 저지르고 다니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이름을 알린 배우 사희가 악녀 연기에 대한 다양한 얘기들을 털어놨다.
◇ “주영인, 제가 봐도 이해 안 될 때 많죠”
극 중 복수호(강성민 분)의 내연녀로 등장한 주영인은 사랑에 눈이 멀어 복수호의 처 은하수(최정윤 분)를 곤경에 빠뜨리는 인물. 재벌 딸이라는 출생의 비밀을 지닌 은하수 대신 그 집에 찾아가 가짜 딸 행세를 하는가 하면 은하수에게 “몸뚱이 하나로 남자 꼬일 생각 하지 마라”는 적반하장 격 대사들도 쏟아내 보는 이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제가 봐도 이해 안 될 때가 많죠. 처음엔 이렇게까지 나쁜 애는 아니었거든요. 영인인 그저 사랑에 눈이 먼 나머지 나쁜 일을 시작하게 된 건데 이젠 자신을 위해서만 음모를 꾸미고 하는 짓도 상식 밖으로 변하더라고요. 그래도 생각해보면 ‘아, 코너에 몰리면 이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실제로 이런 애를 만난다면요? 그냥 콕 쥐어박아줘야죠.”
↑ 사진=곽혜미 기자, 디자인=이주영 |
아무리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이지만 촬영에 임하면서도 스스로 화가 났던 장면도 있었다고 했다. JB그룹 가짜 딸로 살면서 수호의 내연녀였던 과거를 잊고 은하수에게 “남자 꼬여 살 생각 하지 말라”고 충고했던 신이었다.
“연기하면서도 ‘영인이가 드디어 미쳤구나’ 싶었어요. 위치가 사람을 만든다고 어떻게 지가 재벌딸 노릇을 한다고 과거는 싹 잊고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웃기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땅에 묻어도 풀 한포기 나지 않을 것 같지 않아요? 하하.”
↑ 사진=곽혜미 기자 |
그럼에도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을 던지니 한참을 생각하다가 ‘대리만족’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누구에게나 악한 면은 있지 않아요? 다만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아니까 절제하고 사는 거죠. 그런데 영인이는 그런 것 없이 그냥 막 퍼부어대는데 아마 그런 부분에서 사람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아요. 또 영인이가 나쁘게 행동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결국 수호를 향한 짝사랑 때문이라서 주부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 “악당 연기한 배우. 심리적 치료 필요해요”
악녀 연기에 대한 이미지 걱정은 없냐고 물으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초반에는 많이 걱정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배우에게 이미지가 생기는 것도 감사한 것 같다며 오히려 이름이 많이 알려져 고맙다고 답했다.
“방송 직후 댓글 보고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그것도 모두 관심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또 어딜 가면 ‘주영인이다’라고 알아봐주시니 감사할 뿐이죠.”
배우로서 악녀 연기도 굉장히 매력있다는 그다.
“촬영하고 나면 왠지 운동한 느낌이에요. 감정을 다 쏟아내니까 한 씬만 다 찍어도 오늘 할당량을 다 해낸 듯한 느낌이거든요. ‘카타르시스’ 같은 거예요. 감정 노동도 심하고 몸에도 힘이 많이 들어가 담이 올 때도 있지만 일단 끝내면 제 감정은 다 털어버리니까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 사진=곽혜미 기자 |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악한 캐릭터를 담고 있다 보니 촬영 이후 마음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특히나 악역에 몰입하는 배우들에게는 촬영 후 심리적 치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저도 어느 땐 연기하고 나면 지치고 우울하기도 하더라고요. 한 씬을 찍고 나면 그 악한 기운과 감정을 털어내야 하는데 혼자서는 잘 안 되더라고요. 또 촬영 시간이 빡빡하다보니 집과 촬영장만 오가게 돼 친구를 만나거나 다른 사람들과 이런 스트레스를 풀 시간이 없잖아요? 악역을 맡은 다른 배우들도 아마 같은 생각일 거예요. 촬영 후 심리적 치료를 받는다면 그런 캐릭터를 씻어내는 데에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