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금토드라마 ‘미생’은 드라마가 잘 된 것도 의미가 깊지만 시청자들에 익숙하지 않았던 배우들을 ‘발굴’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생’의 전례 없는 인기에 인터넷에는 ‘미생’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드라마에 잠깐이라도 얼굴을 비춘 배우들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다. 하지만 이는 그저 ‘미생’이 인기가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짧은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배우들, 단역 배우들마저도 극의 몰입을 돕는 호연을 보여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많은 시청자들은 ‘미생’을 향해 “숨겨진 배우들을 품은 유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마치 유전이 터져 석유가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출중한 배우들이 ‘미생’을 통해 빛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사진제공=CJ E&M |
변요한은 능글맞은 웃음을 짓고 다니며 여기저기 안 친한 사람이 없는 현장파 섬유1팀 신입 한석율 역을 잘 소화해 ‘개벽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김대명은 오 차장(이성민 분)을 진심으로 따르며 장그래(임시완 분)를 아끼는 영업3팀 김동식 대리를 맡았다. 그는 ‘영업3팀의 엄마’라는 별명답게 푸근하고 사람 좋은, 때로는 불의에 맞설 줄 아는 모습을 보여 ‘미생’에서 가장 인기 많은 캐릭터로 꼽히기도 했다. 특히 김대명은 ‘미생’ 출연 후 10여 편의 CF 계약을 체결하기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민석, 전석호, 태인호는 ‘대리 3인방’으로 불리며 가장 활발한 활약을 하고 있는 중이다. 전석호는 연극에만 매진하다 ‘미생’으로 첫 드라마를 찍었고, 태인호와 오민석은 몇 차례 드라마를 촬영했지만 아쉽게도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오민석은 장백기(강하늘 분)의 상사이자 냉철한 철강팀 대리, 전석호는 안영이(강소라 분)를 괴롭히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걱정하는 자원2팀 대리, 태인호는 한석율을 지능적으로 괴롭히는 섬유1팀 대리로 출연해 확실하게 이름을 알렸다. 오민석은 ‘미생’의 인기에 힘입어 곧바로 MBC ‘킬미 힐미’에 합류하게 됐다. 태인호와 전석호는 tvN ‘택시’ 미생 특집 등을 통해 예능 프로그램까지 진출하게 됐다. 이들은 현재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과 일정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이라는 후문이다.
이외에도 마부장 역을 맡은 손종학, 고과장 역의 류태호, 박과장 역의 김희원, 김부련 역의 김종수, 정과장 역의 정희태, 박대리 역의 최귀화 등의 중견 배우들은 다시금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에 올라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들의 성공은 마냥 ‘몰랐던 배우들의 재발견’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배우는 많지만, 새로운 배우는 찾기 힘든 것이 방송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미생’은 연극, 독립영화 등의 비주류 분야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을 주류 드라마에 끌어올려 ‘스타 파워’에 기대지 않고도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가 됐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은 것.
실제로 이 드라마에는 톱스타라고 할 만한 배우가 없다. 물론, 이성민은 연기력으로 손꼽히는 배우고, 임시완은 영화 ‘변호인’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바 있지만, 주연배우들 모두 ‘스타 파워’보다는 꾸준히 좋은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에 가까웠다.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 ‘미생’이 기획 단계에 있었을 당시, 성공을 반신반의한 이유에 이 점도 포함됐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시청률 흥행 보증 수표’가 없이도 드라마는 성공했다. 그 뒤에는 주연배우들을 비롯한 조연, 단역들의 호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그만큼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게 됐다.
↑ 사진=MBN스타 DB |
전석호 또한 연극에서 주로 활동했으며 오는 2015년 초 또 다른 연극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 ‘미생’에서 많은 인기를 얻은 만큼 전석호가 출연하는 연극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고 있는 상태다. 변요한은 일전 여러 독립 영화에 출연한 바 있는데, ‘미생’으로 팬층이 불어나면서 전작들도 많은 화제가 됐다.
이처럼 ‘미생’으로 하여금 좋은 배우들이 재발견 돼 2차, 3차의 파생 효과들이 발생했다. 연극이나 독립영화에서 활약하던 이들이 성공하면서 방송계에서는 기존 배우들이 아닌 연기력을 갖춘 신선한 배우들을 발굴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 또한 캐스팅디렉터와 감독들의 눈이 자연스럽게 연극이나 독립영화로 향하면서 제2의 변요한, 제2의 김대명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배우들의 호연으로 웰메이드 드라마가 만들어진 것과 더불어 방송계에서 ‘역시 연기력이 우선이 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진 현상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오는 20일 종영을 앞두고 있는 ‘미생’은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가 프로바둑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겪는 이야기다. ‘을의 고군분투’라는 점에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케이블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7%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방영 내내 큰 사랑을 받았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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