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에 언제부턴가 반기가 올려졌다.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나고 젊은이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불어닥칠 때마다 ‘아프니까 청춘’이란 유행어가 솟구치는 분노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에선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그걸 바로잡는 게 청춘’이란 것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자신에게 닥친 아픔을 인정하고 해결하려 나선 배우 김영광과 이종석에게 청춘의 활기가 엿보였다.
25일 오후 방송된 ‘피노키오’에서는 서범조(김영광 분)가 어머니 박로사(김해숙 분)의 교활한 면모를 깨닫고 충격을 받았지만 스스로 치유해가는 과정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 서범조는 기하명(이종석 분)이 “박로사가 뉴스를 마케팅으로 이용했다”는 말에 흥분했다. 기하명이 그 증거로 파쇄된 주문서를 내보였지만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서범조는 그길로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기하명의 말 그대로였다. 박로사의 백화점 명품 가방 코너는 ‘값비싼 명품 가방 구매가 지나친 소비’라는 방송국 보도 덕분에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너도나도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혼란을 빚을 정도였다.
믿을 수 없는 광경보다 서범조를 더 놀라게 한 건 그동안 여리고 정직한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의 이중성이었다. 그는 박로사에게 “정말 뉴스를 마케팅으로 이용한거냐”고 직접적으로 따져 물었고 발뺌하는 어머니 앞에 증거를 들이밀었다. 박로사는 약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그게 왜 나쁜 거냐? 넌 기자니 보도를 했고, 이 가방을 사고 싶은 사람들은 원하는 대로 구매했고, 난 그 사람들에게 판 것 뿐인데 뭐가 잘못됐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교활하고 영악한 속내를 드디어 드러낸 것.
주목할 것은 그 이후 서범조의 행동이었다. 그는 어머니의 잘못을 들춘 기하명에게 “네가 옳았다. 우리 어머니는 장사치였다”며 인정했다. 또한 “송차옥(진경 분)과 박로사가 2000년 10월 23일에 만났다고 한다. 이상한 건 우리 어머니 기일이 2000년 10월 22일이다”며 의혹을 제기한 기하명의 말을 되새기며 박로사에게 이러한 사실을 직접 확인하려고 하는 적극성도 보였다.
폐기물 공장 폭발 사건은 그의 이런 면에 더욱 불을 붙였다. 13년 전 기하명 아버지를 파렴치한으로 몰고간 사건과 비슷하다는 의혹이 들자 기하명, 최인하(박신혜 분) 등과 함께 취재에 뛰어들었다. 분명 마음 한 구석에는 어머니와 관련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식 있는 청춘의 행동이었다.
서범조와 기하명 등 젊은 열혈 기자들과 박로사, 송차옥 등 투명하지 않은 기성세대의 싸움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들이 혼탁한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진 모르지만 그럼에도 고군분투할 ‘피노키오’ 속 청춘들에게서 제대로 된 열정을 엿본 대목이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