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주말드라마 ‘모던파머’의 독특한 시도는 결국 시청률 면에선 실패에 그쳤다. 지난 10월 새로운 ‘농디컬’ 드라마를 표방하며 지상파에 상륙했지만 평균시청률 4%대를 벗어나지 못한 채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독특한 시도와 소재, 구성은 외면할 수 없는 ‘모던파머’의 미덕이었다. 오히려 ‘케드(케이블드라마 준말)’였다면 이보다 화려한 마지막을 맞을 수 있지 않았을까.
‘모던파머’는 27일 오후 마지막 방송으로 2개월의 대장정을 마쳤다. 록밴드 멤버들은 상은(박진주 분) 덕분에 유명인사가 됐고, 이를 계기로 음반기획사로부터 계약을 제안 받았다. 나머지 배추는 기부를 결정했다. 완벽한 열린 결말이었다.
그동안 ‘모던파머’는 록밴드 멤버들의 귀농 과정과 매력만점 미혼모 윤희(이하늬 분), 불법체류자 화란(한주현 분) 등과 로맨스가 묘하게 어우러졌고, 끝까지 ‘막장’ 요소 없는 통통 튀는 전개를 유지했다. 어쩌면 이처럼 자신이 갈 길을 묵묵히 가는 농부 같은 심지가 이 드라마의 매력이기도 했다.
단순히 시청률로만 따지자면 내밀지 못할 성적표지만 그것에 묻히기엔 아쉬운 장점들이 꽤 있었다. 무엇보다도 다른 드라마에선 거의 다루지 않은 ‘귀농’이란 소재에 청춘스타들을 조합한 건 주목할 만한 시도였다.
록밴드 멤버들이 앨범 제작비 마련을 위해 배추농사를 선택하고 하두록리로 내려오면서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는 현재 농가의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웃음과 감동을 놓지 않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민기(이홍기 분), 혁(박민우 분), 한철(이시언 분), 기준(곽동연 분) 등 멤버들이 마을체육대회나 노래자랑에 참여해 주민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는 우리네 농가 마을의 흥겨운 면이 엿보였고, 청춘들이 배추를 키우면서 겪는 고충과 생고생 속에서는 보는 이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특히 배추값 폭락에 눈물짓는 멤버들에게선 사회 문제도 읽어낼 수 있었다. 올해 배추값이 ‘금추’라 불릴 만큼 높아질 거란 기사를 보고 처음 배추농사를 시작했지만 결국 한 포기에 천 원도 안 되게 팔리는 현실에 맞닥뜨리자 목놓아 엉엉 울음을 터뜨린 것. 시청자의 마음을 짠하게 했던 건 극 중 청춘들의 안타까운 사연 때문이기도 했지만 실제 농가의 어려운 사정도 다시금 떠올리게끔 했던 까닭이었다.
캐릭터에 힘을 준 것도 ‘모던파머’만의 자랑할 만한 색깔이었다. 개성 강한 록밴드 멤버들이 고요한 농촌에 적응한다는 설정 자체가 캐릭터를 빛나게 했다. 한철의 젖꼭지가 개에게 물려 늘어나는 발칙한 장면도 이런 캐릭터였기에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었다. 또한 마을의 젊은 여성 이장 윤희는 제작진이 야심차게 숨겨놓은 패였다. ‘농므파탈’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와 이력에 미혼모라는 과거가 더해지며 매력 있는 캐릭터로 거듭났다.
이처럼 ‘모던파머’는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뚜렷한 주제의식과 방향성이 있었다. 다만 이런 개그와 ‘병맛’ 코드, 시사적인 시각이 젊은 시청층 외에 중장년층에게는 통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차라리 기획과 소재가 더욱 자유로운 케이블채널에서 전파를 탔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지금보다는 두 배로 화제가 되진 않았을까.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