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라가 왜 3만 9천원짜리 드레스를 입겠어?”
2014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net Asian Music Awards, 이하 마마)가 열렸던 지난 3일. 강소라(24)는 시스루 미니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다. 늘씬한 몸매도 돋보였지만 드레스 가격이 화제가 됐다. 3만 9천원짜리 의상은 그 어떤 드레스보다 주목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강소라가 왜?”라는 의문을 가졌다. ‘옷걸이가 좋아야 옷이 산다’고는 하지만, 전혀 뜻밖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강소라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24일 열린 tvN 드라마 ‘미생’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기사를 보고 그 드레스의 정체를 알았다”고 밝혔다.
사연은 이렇다. 강소라는 대구에서 생산되는 한 주류의 광고모델로 발탁돼 달력 화보를 촬영했다. 그때 화제의 드레스를 처음 만났다. 어떤 의상보다 사진작가나 스태프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거다 싶었다”는 게 강소라의 말이다.
그는 “평소 유행을 따르기 보다는 내 취향대로 잘 어울리는 옷을 입는다. 당시에도 드레스의 브랜드를 모른 채 잘 어울려서 입었다”고 설명했다.
강소라는 이처럼 털털하고 소박하다. 이야기 중간중간 툭 던지는 가벼운 농담들에서 그런 기운이 더 잘 느껴졌다.
전자제품은 주로 중고로 산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중고거래 사이트를 애용한다”고 했다. 직거래만 한다. 혜화나 명동에서 주로 만난다고까지 비밀(?)을 공개했다. 직거래를 위해서는 아이디와 이름, 전화번호까지 상대방에게 넘겨야 하는데 강소라는 괘념치 않는 듯 했다. “직접 만나야 에누리도 가능하고 거래도 깔끔하다”고 웃을 뿐이었다.
‘미생’ 종영에 아쉬운 점도 많다. 그는 “나만 아는 이야기”라고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연출했던 일화들을 털어놓았다. 대단한 내용은 아니지만 그의 열성을 엿볼 수 있는 것들이다.
강소라는 극중 사업 파트너와 미팅을 가질 때만 하이힐을 신었다. 평소에는 늘 슬리퍼를 구비해놓고 있었다. 밑창이 닳고 먼지가 쌓인 것처럼 보이게끔 했다. 그러나 마부장(손종학)에게 하이힐을 신었다고 지적받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본인의 노력이 화면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그는 “아쉽다”고 푸념할 뿐이다.
‘안영이’는 자원팀 소속으로 세계 곳곳의 자원 산출 현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강소라는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세계지도를 준비했다. 촬영 전 종합상사 체험을 했던 게 도움이 됐다. 화면에 잡히는 컴퓨터 모니터에 항상 관련 뉴스가 보이도록 준비해두기도 했다. 컴퓨터 주위에 붙여놓았던 포스트잇에도 관련 내용들이 적혀있었다.
강소라는 “아무도 몰랐겠지만”이라고 강조하며 “누구도 지시하지 않았지만 내가 손글씨로 직접 썼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강소라는 또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해 여성성을 상실한 안영이를 표현하기 위해 단발머리 가발을 썼다. 원인터내셔널에 입사하며 ‘여성성을 회복’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긴 생머리로 변신했다. 그래서 늘 머리끈을 갖고 다녔다고 한다.
‘미생’은 섬세한 설정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강소라도 자발적으로 ‘디테일 전쟁’에 참여했다. 비록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열띤 노력이 있었기에 드라마의 성공에 일조했음은 틀림없다.
↑ /사진 tvN ‘미생’ |
강소라는 한 방송사의 강의를 찾아가며 독학했다. 한계가 있었다.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억양은 임의대로 발음했다.
그는 “러시아어는 질문을 해도 끝말이 안 올라간다. 중간 부분의 억양이 올라가는데, 나는 억양을 내 마음대로 소리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궁극적으로 한국어로 된 제 뜻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 다른 배우들이 발음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은 의미 전달에 중점을 뒀다고 한다. 어쨌거나 생소한 외국어를 전달하기 위한 ‘디테일 묘사’에는 성공한 셈이다.
그럼에도 강소라는 다른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해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연극배우 분들이 TV배우로서 주목받게 된 사람이 많은데 시상식이 없어 아쉽다”고 동료
웹툰 ‘미생’의 윤태호 작가는 시즌2를 제작한다고 예고했다. 보통 완결까지 2년여가 걸린다. CJ E&M 측은 2016년 개국 10주년을 기념해 연말시상식 개최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시기가 겹친다.
강소라를 비롯한 배우진이 ‘미생 시즌2’에 출연해 2016년 시상식에서 상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지, 기대해봄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