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와 국민 MC의 차이일까.
2014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김태희 작가와 유재석의 수상 소감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음주물의를 빚은 동료를 언급했지만 한 사람은 질타를, 다른 한 사람은 칭찬을 받았다.
한 해 동안의 노고를 상으로 보상 받는 자리가 연말 시상식이다. 시상대에 오른 수상자는 트로피를 받고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길고 짧음에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수상자는 함께 고생했던 제작진에게 영광을 돌린다.
이는 유재석과 김태희 작가도 다르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같은 발언’을 두고 ‘다른 반응’이 나왔다는 것 뿐이다.
유재석은 지난 29일 진행된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무대에서 상을 받은 뒤 그는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음주물의를 빚어 방송에서 하차한 노홍철과 길을 언급했다.
유재석은 “‘그 녀석’(노홍철)과 ‘그 전 녀석’(길)이 시청자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언제가 될지 모르겠으나 꼭 두 친구가 직접 시청자분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실수를 하지만, 늘 우리가 느끼는 건 잘못을 숨기려 하는 것이 더 큰 실수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시청자분들의 비판을 겸허히 받겠다”고 다짐했다.
팬들은 “역시 유재석 입담 좋다” “동생들도 살뜰히 챙기는구나” “역시 국민 MC”라며 호응했다.
반면 김태희 작가에 대한 반응은 차갑다.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의 김태희 작가는 작가상을 받은 뒤 노홍철을 언급했다. 긴 소감을 잇는 동안 긴장한 탓인지 횡설수설하긴 했으나, 수상자로서 한 프로그램의 팀원으로서 못할 말은 아니었다.
그는 “관둔 지 꽤 됐지만 ‘무한도전’ PD님과 멤버들에게 감사하다. 사람이 살면서 바닥을 구르며 웃는 일이 얼마냐 있겠느냐. 당시에는 항상 크게 웃을 수 있었다”며 “특히 노홍철이 고구마를 나르다가 넘어질 때가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김태희 작가가 음주운전 사건으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노홍철의 이름을 언급한 것을 지적했다. 김태희 작가는 과거 ‘무한도전’ 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김태희 작가 소감이 너무 길다” “과거 방송까지 언급하며 문제의 연예인까지 거론하다니” “횡설수설하네, 엄청 떨리나 봐” “라디오스타 이야기만 했으면 괜찮았을 것 같아”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아쉬워했다.
상의 무게감에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두 사람의 똑같은 ‘노홍철 언급’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사뭇 달라 눈길을 끈다.
유재석의 소감에 해답이 있다.
그는 스태프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무대 뒤에서 엄청 고생하는 스태프들이 많다. 낮은 곳에서 촬영하면 더 낮은 곳에서, 높아지면 더 높은 곳에서, 어두우면 더 어두운 데서 고생한다”며
상의 권위는 다를지라도, 함께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생한 노력에는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지난 일이긴 하지만 분명 김태희 작가도 ‘무한도전’ 멤버들과 호흡하며 프로그램을 위해 땀을 쏟았다. 추억을 돌이키며 ‘노홍철’ 이름 석 자를 언급한 것에 가혹한 비평이 쏟아지고 있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