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DJ 경력 27년째지만 여전히 통통 튀는 방송인 이숙영의 목소리는 SBS 러브FM ‘이숙영의 러브FM’(이하 ‘러브FM’)의 보물이다. 아침을 깨우는 데에 그만한 목소리가 없다는 제작진의 지지 아래 새로운 애인 ‘러브FM’을 만난 지 어언 2년이 다 되어간다. 오전 8시30분 ‘천박과 고상’ 사이를 오가는 이숙영만의 매력과 핑크에너지 샘솟는 ‘러브FM’ 면면을 들여다봤다.
◇ 코너1. ‘러브FM’엔 사랑과 정보가 있다
‘러브FM’은 지난 2009년 4월 처음 시작했다. 첫 DJ는 정선희로 매일 낮 12시20분부터 2시간 가량 방송됐던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0월 SBS 라디오가 부분개편을 단행하며 이숙영이 새 DJ로 부임했고, 매일 오전 8시30분으로 편성이 변경됐다.
‘러브FM’을 대표하는 단어는 ‘사랑’과 ‘정보’다. 남녀관계, 연애와 결혼 등 사랑에 관련한 청취자 사연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가 하면, ‘김현철의 어설픈 클래식’ ‘닥터방&홍제동 김수민의 팔팔백세’ 등에서는 생활 정보도 함께 제공하며 본격적인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특히나 ‘러브FM’은 단단한 팬층이 자랑거리다. 동호회, 동창회 등과 연계해 방송 이후에도 계속 커뮤니티를 형성해나가고 있고, 이 안에서 여러 파생되는 아이템도 다수 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팬 밴드는 개장 3개월 만에 가입 1만 명이 넘을 정도로 성황이다. 프로그램 시작 2년 만에 많은 수의 팬을 모을 수 있었던 건 ‘애정당 당수’란 별명이 빛나는 DJ 이숙영 덕분이었다.
◇ 코너2. 부스 속 작은 인터뷰…이숙영 “호기심과 따뜻함, 저만의 소통 노하우죠”
이숙영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방금 방송을 마쳤지만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파워FM에서 러브FM으로 넘어온 게 마치 새로운 애인을 만난 기분이라고. 라디오 부스에 앉을 때마다 늘 설레고 기대가 된다는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Q. 27년 베테랑 DJ, 그럼에도 단점이 있을까요?
A. 개그 감각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에요. 목소리는 팡팡 뜨지만 의외로 진지한 면이 있어서 노래도 애수가 깃든 장르가 더 편하거든요. 물론 아침 프로그램을 진행하니까 에너지 있게 말하는 거지만 사실 컬투처럼 개그본능이 살아있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Q. 매일 같은 시각에 라디오 부스에 앉을 수 있는 비결은요?
A. 아침에 좋은 음식을 정말 많이 먹어요.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죠. 저항력 높이기 위해 보조식품도 거진 10개 넘게 먹고요. 아침형 인간이라 잠은 4~5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체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필라테스 등 건강관리에도 특별히 신경쓰고 있어요.
Q. ‘러브FM’이 다른 프로그램과 다른 차별화 전략은 뭘까요?
A. 청취자들과 따뜻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일까요. 간절한 사연이 있으면 시간이 없어도 꼭 소개해주고 함께 나누려고 하거든요. 라디오엔 정직하게 DJ 그 자체가 나타나니까요. 솔직하고 소탈하게 진행하려고 하죠. 또 신청곡도 방송 끝나면 꼭 1시간씩 정리해서 요즘 청취자들의 성향을 파악하기도 해요. 방송 준비와 본방송 시간까지 합치면 대략 4시간을 방송에 쏟아붓는다고 보면 돼요.
Q. 따뜻함과 사랑이 ‘러브FM’의 키워드인데, 기억나는 사연은 어떤 건가요?
A. 얼마 전 사랑 고민에 대한 사연이 왔는데요. 58살 남자가 73살 여자를 좋아하는데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분이 28살 때부터 근 30년을 그 여자 하나만 바라봤는데 이번에 고백하려고 장미 73송이를 샀다고 하더라고요. 프러포즈를 한다고요. 굉장하죠? 저희는 이렇게 남녀관계에 관한 다양한 사연이 정말 많아요.
Q. 그렇다면 ‘러브FM’을 노래에 비유한다면요?
A. 당연히 심수봉 씨의 ‘사랑밖에 난 몰라’죠. 결혼했든 안 했든 사랑이란 건 동경이고 항상 미완으로 남아있잖아요. ‘러브FM’은 그런 정서를 건드리는 것 같아요. 또 추억으로 돌아갈 수 있는 노래도 많이 나오고요. 오전 8시30분엔 주부들이 설거지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많이 듣거든요? 어쩌면 그들에게 노스탤지어가 있는 프로그램인 것 같기도 해요.
Q. DJ를 하면서 보람있었던 기억도 있나요?
A. 한 남자분이 사연을 보냈는데 얼마전 사업을 크게 실패해서 죽을 생각에 20톤 트럭을 눈 감고 몰았다더라고요. 터널 속이었는데 마침 제 목소리가 들렸고 “마음이 힘든 분들, 지금이 동굴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터널이라고 생각해라. 터널은 끝이 있기 때문”이라는 코멘트가 나왔다네요.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돌아왔대요. 이 사연을 읽으니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라디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는데 한 사람을 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러브FM’만의 에너지 아니겠어요?
Q. 그렇다면 요즘 지켜보는 다른 DJ가 있을까요?
A. 당연히 있죠. 전현무 씨요. 제가 모니터링도 많이 하는데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원래 제가 파워FM에서 맡은 프로그램이 전현무 씨 프로그램과 라이벌 시간대였는데 러브FM으로 옮긴 뒤에 ‘S본부에서 팬들이 우리 프로그램으로 많이 넘어왔다’며 자랑하더라고요. 정말 개그 본능도 훌륭한 것 같고.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부러워요. 하하하.
[DJ 이숙영은 누구?] 1978년 동아방송 아나운서로 입사하면서 처음 방송에 입문했다. 1986년 KBS ‘FM대행진’ 임시 DJ를 맡으며 독특한 진행방식으로 화제가 됐고, 이듬해 고정DJ로 자리를 굳히며 방송인으로서 승승장구했고, 2006년 보이스 오브 SBS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1993년 프리랜서를 선언한 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SBS 파워FM에서 ‘이숙영의 파워FM’을 진행하다가 현재는 ‘이숙영의 러브FM’을 진행하고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