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배우 이유리가 2014 MBC 연기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변이 아닌 것이 이변인 이유리의 대상은 이유리 본인 스스로 악역 혹은 조연이라는 한계를 넘었음을 증명하는 동시에, 연민정 열풍이 단순한 반짝 인기가 아니었음을 알렸다.
무엇보다 올해 연기대상은 심사위원 전문진이 대상을 뽑았던 이전과 달리 100% 시청자들의 문자투표였다. 즉 이번 이유리의 대상은 시청자들이 무려 100원이라는 문자료를 지불하고 만들어낸 대상이며, 이는 현 안방극장이 원하는 배우상이 어떤 모습인지 엿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유리가 방송대상을 시상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했다. 일단 이유리가 출연했던 ‘왔다 장보리’의 경우 타이틀롤 장보리 역을 연기한 배우 오연서가 있었으며, 주인공을 제치고 악역이 대상을 받은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현정과 이유리가 처음 드라마를 시작하게 된 위치 또한 달랐다. 이미 굵직한 작품에서 주연으로 캐스팅 되며 일찍이 자리를 잡은 고현정과 달리 이유리는 연기력은 인정받았으나 일일드라마 아니면 아침드라마 주연 혹은 주말드라마 조연 등으로 한정된 이미지에만 머물렀던 것이다.
이 같은 사실만 놓고 본다면 이유리가 대상을 받은 것은 그야말로 파격이고 이례적인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대상으로 뽑은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많은 방송 관계자들 역시 이유리의 수상에 의문을 표하거나 토를 다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다. 연기대상의 윤곽이 드러났던 지난 10월부터 여러 관계자들 사이 ‘마마’에 송윤아와 함께 강력한 대상 후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녀가 악역에 조연이라는 한계에도 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이다. ‘연기력’
이유리가 ‘왔다 장보리’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연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는 것이다. 여기 너무 착한나머지 매일 당하는 장보리(오연서 분) 대신 비록 방법이 잘못되기는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목표로 한 바를 향해 능동적으로 달려 나가는 연민정의 모습은 시청자들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됐고, 이는 이유리에 대한 애정으로 바뀌게 됐다. 여기에 연민정과 반대되는 평소 착하고 순수한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이유리 전성시대’를 열게 됐다.
이유리의 대상 수상은 이유리 본인 뿐 아니라 스타캐스팅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드라마 시장 잔잔한 파문(波紋)을 그리고 있다. 이번 대상 수상은 시청자들이 단순히 이유리가 예뻐서나 혹은 잘 나가는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라, 이유리가 그 누구보다 배우의 본연 연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톱스타를 만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그 작품에 녹아든 ‘진짜 배우’를 보고 싶어 할 뿐이다. 71만2300의 표 중 받은 득표수는 38만5434표, 약 54%라는 이유리의 득표율이 가리키는 건 바로 배우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의 바람과 간절함이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