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눈 감았다 뜨니 컴백이다. 불법 도박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지만 재기까지 채 1년이 안 걸렸다. 지난 2013년 11월 이수근, 탁재훈, 토니안 등과 함께 도박 혐의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방송인 붐과 양세형은 짧은 자숙 기간을 지낸 뒤 바로 방송에 복귀했다. 자숙이란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건지 씁쓸한 뒷맛이 남았다.
양세형은 4일 오후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 빅리그’ 새코너 ‘187(백팔십칠)’로 1위로 호명된 뒤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는 “오랜만에 복귀해서 1위했다”며 함께 코너를 꾸민 박나래, 장도연, 유상무 등과 기쁨을 나눴다.
분명 뭉클할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사건 이후 5개월 만에 재기한 뒤 그가 걷은 성적이라 그 감동은 덜했다. 잘못을 반성한다는 의미로 방송 활동을 중단했지만 채 반년도 안 돼 지난해 4월 ‘코미디 빅리그’에 다시 얼굴을 내비쳤고, 자연스럽게 코너 활동을 이어갔다. 당시 누리꾼 사이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이마저도 시간이 흐르니 사라져버렸다. 그의 재기는 이처럼 소리 소문 없이 완성됐다.
붐 역시 같은 수순을 밟았다. 양세형과 함께 검찰에 소환됐던 그는 지난해 11월 케이블채널 E채널 ‘용감한 작가들’로 딱 1년 만에 방송가에 다시 발을 들였다. 그러나 부담감 때문일까. 예전의 예능 감각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빠른 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이겨낼 만한 강점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대중들의 반응도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손쉽게 지상파로 진출했다. KBS2 새 파일럿 프로그램 ‘나비효과’에 패널로 자리했던 것. 방송 전부터 그의 지상파 복귀는 꽤 시끄러운 잡음을 이끌어냈고, 그만큼 ‘나비효과’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노이즈 마케팅의 효과를 ‘반짝’ 보는 듯 했다.
그러나 이런 장점들이 아쉽게도 시청률 성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이날 방송에서 MC 박지윤이 “붐은 한때 예능계 흥행 보증수표였다가 한 순간의 실수로 부도수표가 됐다”며 재치있게 소개했지만 붐은 그만큼의 역량을 다하진 못했다. ‘스포츠 예측’이란 미끼를 던졌을 때에도 “예측은 예측에서 끝내야 한다”고 몸을 사려 조금 이른 복귀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힘을 실었다. 이처럼 두 사람의 복귀가 큰 힘을 얻지 못했던 건 아마도 ‘시기상조’란 마음이 두 사람 머릿속에도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복귀해 자신의 과거를 제물삼아 개그로 미화하는 게 트렌드가 돼버린 지금이다. 문제 연예인들이 교묘한 방법으로 일찍 복귀에 성공했고, 이들을 보는 누리꾼 사이에서는 “차라리 유승준이 더 자숙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자숙’이란 단어가 6개월 방송 중단이라는 의미로 퇴색한 것인가. 다른 자숙 연예인들에겐 진심으로 뉘우치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