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두정아 기자] “너도 프리랜서 할 거지? 언제 나갈 거야?”
갈수록 KBS 간판급 아나운서들의 퇴사가 잦아지고 있다. 이제는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이, 새로운 도전이 아닌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KBS의 오정연 아나운서는 지난 5일 회사에 사표를 제출, 오는 2월 초까지 재직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작년 12월 한 차례 KBS 퇴사설에 휩싸인 바 있으나, 당시 KBS 측은 부인한 바 있다. KBS 측은 “사표를 제출한 것이 맞다. 현재 공식적인 처리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KBS 32기 공채 동기인 전현무와 이지애, 최송현 등이 퇴사하며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오정연 아나운서의 선택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오정연 아나운서의 퇴사로, 32기 공채 아나운서 전원이 KBS를 떠나는 상황이 됐다.
앞서 한석준 아나운서 또한 중국 진출과 함께 KBS를 퇴사한다는 소문에 휩싸였지만 회사의 만류 끝에 KBS미디어로 자리를 옮기기로 결정됐다. 한석준 아나운서는 KBS의 자회사인 KBS 미디어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을 예정이지만, 아나운서들의 움직임은 여러 갈래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방송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를 선택하는 배경에는 앞서 길을 떠난 이들의 ‘승승장구’가 무엇보다 크다. ‘아나테이너’ 시대에, 단순히 진행이 아닌 방송인으로서의 재능과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는 무한히 열려 있다. 또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과 케이블 방송의 예능 및 교양 프로그램이 잇따라 인기를 끌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실제로 KBS 재직 중인 한 아나운서는 최근 인터뷰에서 “‘너도 프리랜서 할 거지? 언제 나갈 거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대세’인 시대다. 다수의 채널에서 수많은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그 만큼 수요와 공급의 파이가 커졌다.
박지윤의 성공은 여성 아나운서들의 상징적인 지표가 되기도 했다. 2004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한 박지윤은 2008년 프리랜서로 전향한 후 ‘욕망 아줌마’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숱한 프로그램에서 화려한 입담과 진행 실력을 과시 중이다.
전현무의 성공 역시 고무 적이다. 2006년 KBS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 2012년 퇴사한 그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중 가장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개그맨 못지 않은 입담으로 10개에 가까운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또 다른 지상파 아나운서 출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2008년 MBC를 나온 김성주는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며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이며, 2013년 프리랜서를 선언한 MBC 전 아나운서 오상진 역시 진행은 물론 연기자로 활약하며 새로운 도약에 나섰다.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은 비록 회사를 벗어났지만, 또 다른 회사에 몸을 담는다. 과거 ‘소속이 없는 불안정한 프리랜서’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이제는 대형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활동의 기회와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장점 중에 하나다.
전현무는 SM C&C에서 신동엽·강호동과 한솥밥을 먹고 있으며, 문지애와 오상진은 프레인TPC에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또한 이지애와 윤영미는 초록뱀주나E&M에 몸담고 있다. 과거 유명 개그맨 위주로 구축됐던 톱MC 영역이 이제는 방송인으로 다각화되면서 엔터 업계에서는 인기배우 못지않은 주력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방송가는 지각변동이라 불릴 만큼 종편과 케이블이 높은 시청률을 점유하며 지상파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질의 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시대, 이제는 지상파와 비지상파라는 영역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스타 PD들의 잇따른 움직임에 이어 아나운서들의 이탈 현상 또한 예견된 수순이라는 것이다.
‘시청률 부담’을 안고 있는 방송사로서도 고민이 많다. 작년 KBS는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2012년 퇴사한 자사 출신 전현무에게 캐스터 자리를 제안해 논란을 빚었다. 퇴사한 아나운서에 대해 3년간 자사 프로그램 출연을 제한하는 내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미팅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자, 내부 직원들의 반대가 빗발쳤다. KBS 아나운서들과 노동조합이 전현무의 캐스터 영입을 반대하는 시위까지 벌였고, 결국 전현무는 부담을 느끼고 고사했다. 사원들은 “전문성을 무시한 비상식적인 인사”라고 비판했지만, 결국 ‘아나테이너’에 목말라하는 방송사의 니즈가 명확히 드러난 사건으로 남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제는 영역이 무의미 하다. 수익은 물론, 방송의 기회가 더 넓어졌는데 굳이 방송사에 소속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는 모두가 느끼고 있다. 당분간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택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두정아 기자 dudu0811@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