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성은 기자] ‘선입견’. 어떤 대상에 대하여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관점을 일컫는 말이다. 사람들은 특정 인물에 대한 선입견을 쉽게 가지곤 한다. 페이스북 스타로 얼굴을 알린 고교생 ‘느낌적인 느낌’(본명 백승헌) 역시 선입견에 휩싸이기 딱 좋은 캐릭터다.
그는 투애니원 씨엘, 이하이 등 여가수의 노래를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립싱크 하거나, 독특한 느낌의 영상을 공개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평범한 외모의 남고생이지만 그에게 잠재되어 있던 끼는 평범하지 않았고, 덕분에 일명 ‘깝고딩’으로 유명세를 타게 됐다. 이 모습들은 그에게 선입견을 심어주기에는 최적이었다.
진지함 보다는 가벼움이 묻어나고 철없을 것 같은 캐릭터. 공부에는 큰 관심이 없을 것 같은 인물. 페이스북으로 유명세를 탄 후 콧대가 높아졌을 것 같은 느낌. 그러나 열아홉 백승헌에게서 묻어 나온 것은 진지한 모습, 성숙한 매력이었다. ‘깝고딩’과 진지한 백승헌. 그는 어떻게 두 얼굴의 고등학생이 된 걸까.
“판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는 그의 말과 달리 페이스북 페이지 ‘느낌적인 느낌’은 어느덧 50만 팔로워를 앞두고 있다. 뿐 아니라 페이스북의 인기에 힘입어 백승헌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험까지 얻게 되었다.
“방송은 추억 쌓기로 나간 거예요. 특별한 목적을 두고 간 게 아니었죠.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도 않고요. 방송 쪽으로는 자신이 없어요. 제가 그 쪽으로 끼가 많은 것도 아니니까요.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을 비롯해 방송 출연 제의를 몇 번 받은 적 있어요. 그런데 제 꿈은 가수도 방송인도 아니기 때문에 거절했어요”
페이스북 페이지가 유명해지고, 자신의 이름이 알려질수록 이에 도취되어 본분을 망각하기 쉬울 수 있다. 인터넷 상의 인기에 힘입어 ‘방송인’ ‘개그맨’을 직업으로 꿈 꿀 법 하지만 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 이유 때문일까. 사실 인터뷰 당일에도 그는 “논술 학원에 다녀왔다”며 머쓱하게 웃어보였다.
“제 꿈은 애니메이션 성우에요. 방송, 연예계로 진출할 생각은 없죠.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학생으로서 본분을 잊지 않는 것이 우선이에요. 성우라는 직업 역시 일단은 공부를 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하려고 해요. 학원도 다니면서요”
그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지만 한참 입시에 신경 써야할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온라인 스타가 되어 이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부모님, 선생님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은 일이다.
“부모님께서 지금은 염려가 조금 더 크신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고3이니까. 그래도 이 활동을 계속 하고 싶어요. 취미처럼요. 학교 선생님들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냐’고 하시면서도 말리지는 않으세요. 그냥 ‘학업도 신경 써라’는 말을 하실 뿐이죠”
‘취미’라고 단정 지으며 자신의 본분과 선을 그었으나 백승헌은 ‘느낌적인 느낌’에 꽤 많은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고 있다. 페이지 관리를 직접 관리하는 것은 물론 영상의 편집 역시 자신이 담당 중이다. 그는 추억 쌓기를 위해 만든 공간을 통해 어느새 수많은 것을 배워나가고 있었다.
“페이지 관리요? 당연히 힘든 부분이 있죠. 체계도 완벽한 건 아니니까요. 그래도 제 페이지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게을리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부모님이 ‘또 저거나 하고 있다’고 핀잔을 주실 때도 있지만, 제가 마냥 놀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진지한 모습 속에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 바로 백승헌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이처럼 ‘밝은 친구’는 아니었다.
“제가 남성적이기보다는 여성스러운 편이잖아요. 그 놀림을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받았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죠. 그게 나쁜 쪽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저는 그 시간을 좋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오히려 여자 친구들 앞에서 장난도 많이 치고, 까불거리며 지내게 됐죠. 그런데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 반에서 아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어요. ‘얌전히 공부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친구들을 만났고, 그 친구들 덕분에 페이스북 페이지까지 여는 행운을 얻었어요”
“남들이 저를 욕하면 기분은 나쁘지만 상처는 안 받아요. 그래서 오히려 페이스북에서는 악플에 댓글을 달며 약을 올려요, 그럼 사람들이 또 그걸 보며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강한 악플을 달라고 영상에서 자극을 한 적도 있어요”
까불거리는 열아홉 살의 고등학생. 진지함 보다는 재미를 우선으로 생각할 거라 생각했던 선입견은 완벽하게 빗겨갔다. 그는 생각보다 훨씬 어른스러웠고, 긍정적이었다. 평소에 모아둔 에너지를 영상을 통해 분출한다고 하는 백승헌. 우리는 언제까지 그의 ‘깝’을 만날 수 있을까.
“웃음을 드리고, 즐거움을 드리는 게 제일 큰 목적이에요. 사실 페이지를 처음 운영할 당시엔 잠깐 동안이지만 좋아요에 연연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SNS에서 인기가 많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잖아요. 그냥 저는 꾸준히 찍어서 올리면 되는 것 같아요. 좋아요 수가 이전보다 적더라도 없는 건 아니잖아요. 제 영상을 좋아하는 분이 한 명이라도 있으니까, 그래서 잊혀지지 않을 때까지 계속 하고 싶어요.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즐겁게 살자’에요. 그렇기 때문에 힘 닿는 데까지 계속 하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이 제 페이지를 보고 행복해 했으면 좋겠어요”
안성은 기자 900918a@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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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느낌적인 느낌, SBS 방송 캡처